사고는 1차도 짧다
이게 뭐지, 싶었다.
왕복 6차선 교차로에서 어떤 애기 엄마가 아이 둘을 데리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한 아이는 얇은 유모차를 타고 있었고, 한 아이는 유아용 킥보드를 타고 있었다. 킥보드 탄 아이가 더 어렸다. 두 대를 밀면서 길을 건너는데 이게 바퀴가 돌면서 직진으로 잘 안 간다. 근데 엄마는 심각하지 않았고 웃으면서 자꾸 한쪽으로 몰았다. 이렇게 저렇게 두 개를 밀면서 건너고 있었다. 내가 도와줄까, 생각했으나 그냥저냥 가는 것 같아서 두었다.
횡단보도 정지선 운전자들이 죄다 그들을 보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횡단보도를 다 건넜다. 여전히 걱정되어서 그들을 봤다. 세상에… 사고다. 엄마는 작은 아이 킥보드 방향 잡느라 한쪽 손 유모차를 놓았는 모양이다. 그 순간 유모차는 혼자서 막 밀려가고 있다. 6차선이니 도로가 꽤 길다. 그 순간 나는 미친 듯이 뛰었다. 달리기 좀 빠르다. 신호등을 보니 6초 남았다. 유모차가 워낙 작기 때문에 누구든 우회전하면 바로 사고다. 아니면 가속도에 의하여 유모차가 어디에 쳐 박일 수도 있었다. 전력질주하여 유모차를 잡았다. 교차로 한복판에서 벌어진 일이다. 진작 도와주지 않은 나를 자책했다.
횡단보도를 건너고 숨을 쉬고 나니 나는 후덜덜 떨렸다. 근데 엄마는 여전히 해맑은 웃음으로 ”감사합니다 “하더라. 여하튼 사고 안 났으니 다행이다마는 나는 너무 놀래서 내 손이 다 떨렸다. 지켜봤던 주변 사람들 다들 놀래서 내 얼굴과 그 아이 엄마 얼굴들을 쳐다봤다. 신호등 앞에서 이게 뭔가 싶더라.
사고는 정말 1초도 늦다고 생각하는 나로선 아찔했다. 오늘따라 좀 늦게 발동한 내 오지랖이 미웠다. 다시 적재적소에 오지랖 발동이 있어야 하나 하는 고민을 몇 초간 했다.
안전 불감증 아닌가 싶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