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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에 진심을 다 하는 것

연습을 덜 한 무대를 본다는 것은

by 동메달톡 Dec 01. 2024

공연을 티켓팅해서 가는 게 아니라 그냥  초대장으로 가면 어떤 일이 생길까. 즐기는 것이 아니고 평가를 하게 된다. 덕질하는 뮤지션 공연은 콩으로 메주가 아닌 깍두기를 만들어도 그게 옳다. 판단이 필요 없이 그냥 좋고, 그냥 감동이다. 그러나 덕질하지 않는 아티스트의 공연은 온전히 즐기게 안 되는 흠이 있더라.


어쩌다 초대장으로 공연을 갔다. 유명한 분이라고 했으나 나는 이름을 처음 알았다. 노래도 처음 듣는 곡이고, 셋리도 당연히 모르지. 그럼에도 몇몇 곡은 대중적으로 알려진 곡 커버해서 나름 즐기기는 했다.


골수팬들이 대만에서, 일본에서도 오고 했다고 하더라만. 역시 음악은 취향이다 싶다.



무대에서 감동을 주는 것은 아주 간단한 것이다. 무대 올라오기 전에 아티스트가 얼마나 연습을 많이 했을까를 느끼면 감동한다. 얼마나 많이 준비했을까를 느껴도 감동한다. 무대 위에서 관객들에게 얼마나 진심인지도 감동의 포인트이다. 눈빛, 손짓, 목소리에서 그 진심은 전달된다. 중간에 음정 삑사리가 나도 온 마음으로 열정을 전달하면 그 삑사리는 문제 되지 않는다.


그런데 어제 공연은 아쉬웠다. 험담이 아니라 연습을 충분히 안 했구나, 하는 느낌이 첫 곡에서 확 왔다. 타고난 재능을 믿고 이 공연을 위하여 연습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으니 몰입하기가 참 어려웠다. 반주해 주는 악기들과의 조화가 따로국밥이었다. 이게 원래 팀으로 형성된 그룹이 아니고 이번 공연을 위하여 급하게 만들어진 연주자들 같았다. 그래서인지 노래와 반주가 모두 제각각이었다. 충분한 연습을 통하여 같은 결을 못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남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으나 내 귀에는 부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초반 4-5곡을 부를 때까지 나는 노래를 분석하고 있더라고. 내가 공연에 전혀 집중을 못 했다. 마이크와 스피커가 따로 놀고 조명은 어수선하게 여기저기를 쏘고 있어서 시각적인 감동도 없었다. 5-6곡 정도를 부르고 나서야 겨우 마이크를 뚫고 나오는 목소리가 안정이 되더라고. 노래를 원래 잘하는 사람이다 하니 타고난 재능이 있다 싶다. 그런데 연습을 충분히 하지 않고 무대에 올라와서 앞 4-5곡은 그냥 앵무새 같았다. 노래는 잘하는데 감동이 한 톨도 오지 않았더라고. 그거 본인은 알 거야. 그래서 더 식은땀 나서 점점 더 겉도는 게 아닌가 싶은 게.


2부로 돌아오면서 아티스트도 안정을 찾은 것 같더라. 아티스트가 안정을 찾으니 관객도 감동이 오는 법이지. 그렇게 후반 2부는 그나마 공연 온 느낌과 시간 내어 온 보람도 조금 있었다. 게스트로 온 분이 무대 분위기를 살린 것도 있고.


2부에서 노래는 그나마 소소했다만 뒷배경으로 쏜 자료는 거의 대학생 PPT수준이었다. 거기다 중앙 조명은 그 자료를 쏘고 있는데 가독성도 없고 어수선했다. 아니 조명은 최악이었다. 내가 이제껏 본 공연으로 비추어 본다면 많이 허접했다. 티켓비는 시중 금액과 같은데 제작비는 많이 덜 썼구나 싶었다. 이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이냐인데 흥행이 안 되니 제작비 투자를 못 하느냐, 제대로 안 만드니 흥행이 안 되느냐의 관점. 어렵지 뭐.


공연을 보는 이유는 내 안의 솟구침을 빼 내고, 열정을 다시 채우기 위해 본다. 잔잔하면 잔잔한 대로 풀쑥풀쑥 뛰는 것은 뛰는 것대로 나를 챙기기 위해 공연을 본다. 공연에서 받은 감동으로 일상에서도 나를 충전한다. 그러기 위하여 비싼 돈 지불하고 본다. 그런데 그게 안 된다면 돈 아깝다. 시간도 아깝다.


어제 본 공연에서 감동은 적었지만 배움은 있었다. 본업을 잘해야 한다. 충분히 준비하고, 충분히 연습하지 않고 세상에 불쑥 나오면 그 가치는 충분히 스며들지 않는다는 것. 그거 배웠다. 말로, 글로 밥 먹고 사는 나로선 큰 깨달음이었고, 배움이었다. 집중하고 누적되게, 잘 준비해야 한다. 한 분야에서 더 깊게 고민하고 공부하는 과정을 등한시하지 말아야 헌다. 그래야 비로소 가치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거 놓치면 물 위에 떠 있는 기름처럼 그냥 붕붕 떠 다닌다. 이거 명심해야 한다.


어제 본 공연은 역대급 안타까운 공연이었다. 물론 이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설명이다. 내가 덕질 공연 보러 간 게 아니라 더 비판적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남들은 뭐 다 좋더라, 할 수 있다. 각자 판단이고, 취향이다.


예전에 어떤 연극에서 봤던 그 배우가 생각났다. 딕션 좋고 연기 잘하는 믿고 보는 배우였음에도 그날 그 연기는 최악이었다. 컨디션 관리를 못 했구나 싶더라. 어제 공연의 뮤지션과 그 배우가 오버랩되었다. 배우는 컨디션이 문제였다면 뮤지션은 이 공연을 위하여 연습을 덜 했구나, 싶더라고. 강사가 마치 돌려 막기 하는 식으로 영혼 없이 말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공연에서 많이 배웠다. 쉬운 일이 없다. 그러나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본업에는 진심이어야 한다는 것. 이게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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