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좋은 카페 추천 댓글이 1,000회를 넘었다
댓글이 미쳤다. 며칠 전에 다른 사람 글 아래에 댓글 하나를 달았다. 댓글 조회가 1,000이 넘었다. 놀랐다.
“세종에서 조용히 책 읽을 카페 소개 부탁해. 프랜차이즈 카페 말고” 이런 글이 있었다. 정확한 워딩은 기억이 가물가물이지만 대충 책 읽을만한 카페 알려줘, 였다. 내가 자주 가는 카페 두 군데를 댓글로 알렸다. 그것도 자세히 그 카페를 소개하는 게 아니라 동네를 매칭하여 카페 두 곳을 안내했을 뿐이다. 그런데 짧은 댓글 조회가 1,000이 넘다니.
책을 읽고 싶은 욕구가 많은 것인지, 조용한 카페를 찾는 욕구가 많은지 알 수가 없다. 프랜차이즈 카페는 시끄럽다로 낙인찍힌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그 댓글을 보는데 만감이 교차하더라. 카페 공간의 의미가 새삼스럽다는 생각까지 끌고 갔다. 댓글 하나가.
나는 아파트가 밀집된 신도시에 산다. 신도시답게 대형프랜차이즈 커피숍도 많고 도심에 아기자기한 작은 카페도 늘렸다. 아파트 외곽을 중심으로 어마무시한 대형 카페도 몇 군데 있다. 카페 가기를 좋아하는 탓에 여기저기 다 가 본 것 같다. 한동안은 신규 카페가 생겼다 하면 일부러 쫓아가기도 했다.
그렇게 많이 가 본 카페에서 유독 책 읽기 좋은 곳 두 군데를 왜 여기로 잡았을까. 주인이 누군지 모른다. ”세종 대평동과 보람동 쪽이면 <카페디>와 <카페비일상>이 책 읽기 좋아, 주말에는 다 시끄럽지만 주중에는 딱 좋아 “라고 댓글 달았다.
왜 여기가 좋은지 생각해 봤다. 우선은 독립적인 공간 확보가 된다는 거였다. 한 곳은 1층이 창문 쪽 자리. 서로 마주 보는 자리가 아니고, 창문을 향하여 버스 정류장을 바라보는 자리. 여기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면 이상하게 에너지가 막 생기는 것이다. 아파트 주민들은 절대 타지 않을 것 같은 버스 정류장*이다. 버스 노선이 그렇다. 금남 초등학교 앞을 지나가는 버스 정류장이다. 이 버스를 타면 다섯 명 이내의 손님이 세종시에서 대전 송강동으로 나간다. 세종에서 금남면이다. 옛 농촌 지역이 그대로 머물러 있는 곳이다. 나도 가끔 타고 나간다. 그 버스 정류장을 보면서 책을 읽고 있으면 이상하게 어릴 때 동화책을 읽는 느낌이 들어서 마음이 좋다. 그래서 아마도 거기가 조용하고 책 읽기 좋다고 추천했나 보다. 그 댓글에도 여기는 1층 창을 바라보는 자리가 좋다,라고도 쓸 뻔했다. 이것은 오지랖이니 참았다. 알아서 자리를 찾아 앉겠지.
*버스정류장_시내버스 이야기
https://brunch.co.kr/@dongmedal-talk/353
다른 한 곳은 2층 자리가 책 읽기에 내 경우는 좋았다. 여기는 테라스가 있는 곳이라 날씨가 좋은 날은 밖에 앉아서 책을 펼치면 이런 지상 낙원이 없다. 온 동네가 고층 아파트로 둘러 쌓여 있는 세종에서 논두렁 밭두렁을 보는 것 자체가 위안이 되었다. 거기다 햇살 좋은 테라스에 앉아 있으면 옛날 시골 평상에 앉아 있는 느낌이 든다. 물론 내 취향이다. 시골 평상을 모르는 사람도 있고, 그것이 마구 불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어릴 때 이모집 가면 늘 있던 평상이 그렇게 좋았다. 요즘 가끔 촌캉스를 가면 어디든 정자를 찾는다. 남의 집 마당에 있는 평상에 불쑥 앉을 수는 없으니 동네 모퉁이에 있는 정자라도 찾는다. 거기에 신발 벗고 들어가 대자로 누워서 서까래 틈새로 보이는 햇살을 본다. 틈새로 들어오는 바람을 맞는 것도 너무 행복했다. 아마도 카페 2층에서 테라스에서 맞는 느낌과 정자와 동일시되는 모양이다. 비록 대자로 눕지는 못 하지만 바람과 햇살을 맞으면서 책을 읽는 것 너무 좋다.
이런 개인적인 취향이 있어서 나는 스레드 댓글로 여기 두 곳을 추천했다. 이런 서사를 쓴 것도 아니다. 동네와 카페 이름 두 군데를 썼다. 그런데 이런 반응이 오니 당황스럽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 거기 사장님이 알면 기분이 좋을까, 하는 기대도 하면서 그 댓글을 열심히 들여다봤다.
식음료를 마시는 카페가 참 다양한 공간으로 우리들 마음에 있구나 싶다. 새삼 공간의 힘이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사실 책을 읽을 수 있는 좋은 공간이 딱히 어디 있을까마는 카페가 주는 힘은 이상하게 다르다. 어디에서인들 책을 못 읽을까 싶다만 카페라는 공간의 매력은 참 야릇하다. 책을 한 줄 읽고, 창밖을 보면서 옛 생각도 하고, 지나가는 버스를 보면서 그 안에는 몇 명이 타고 잇을까 하는 상상도 한다. 어, 이런 거라면 책에 온전히 집중이 안 되는 것 아닌가, 할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거기 두 군데 카페를 갈 때는 어김없이 책을 들고 간다. 꼭 그래야 하는 의무감이라도 있는 것처럼.
이렇게 글을 쓰는데 핸드폰 알림이 또 왔다.
"카페디와와 카페비일상 애용자입니다"라는 대댓글이 달렸다. 나는 "와우, 반갑습니다"라는 대대댓글 달았다. 이렇게 온라인 인연은 또 만들어진다. 세종시 책 읽기 조용한 카페 어디 있어?라는 질문 하나에 댓글을 달면서 새삼 인연의 힘을 보고, 공간의 매력에 빠진다. 카페의 힘인가, 온라인의 힘인가? 어떤 이유이든 나는 책을 들고 또 카페에 서성거릴 예정이다.
책을 읽을 공간은 카페 말고 또 어디가 있을까? 카페 예찬론자가 된 것인지, 독서 캠페인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만 댓글이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