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나 마음이나 코어가 튼튼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특히 우울이나 불안으로 힘겨운 사람들을 치료할 때 이렇게 근육을 키우는 것에 비유하면 굉장히 잘 알아듣고, 치료의 목표를 더 잘 이해한다. 마음의 코어가 허약하면 누가 툭 치기만 해도 넘어질 것 같고 통증과 상처가 며칠씩 이어지기도 한다. 자아의 힘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마음의 코어가 강해지면 달라진다. 누가 뭐라고 해도 여간해서는 흔들리지 않는다. 이렇게 마음의 코어가 강해짐을 확인함으로써 마음이 회복되고, 성장하는 걸 알 수 있다.
책을 읽는 것도 좋은 수련 방법이다. 독서를 통해 코어가 강화되는 경험은 결국 책을 통해 내가 깊어지고 넓어지는 과정이다. 전에는 이해하지 못하던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지식을 통해 이치를 깨달으면서 세상에 대한 인식이 깊어진다. 타인의 관점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내 관점의 편협함이 깨지며 납작한 표현들은 덜하게 된다. 이 세상이 그렇게 평면적이고 얕은 곳이 아니라는 것을 책이라는 간접 경험을 통해 체험하기 때문이다.
세상의 옳고 그름에 대한 여러가지 믿음들은 책을 읽으면서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깨져 버린다. 내 눈으로만 보는 세상이 얼마나 편협하고 좁은지 금방 깨닫게 된다. 넓어진 시야는 세상을 보는 눈을 다중화한다. 몰랐던 것을 알게 되며 보이지 않는 것도 이해할 수 있는 눈이 생긴다. 그러나가 오만이라는 자의식의 구덩이에 빠질 수도 있다. 오만은 편협한 신념으로, 나와 가치관이 다른 사람을 배척하고 공격하는 파벌적 태도로 전환되기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만 파고들면 어느새 내 세계관을 보강하기만 할 뿐 편견의 영향은 알아차리지 못한다. 특정 근육만 비대해져 몸의 균형이 깨진 것과 같다.
다양한 독서가 필요한 이유는 보고 싶은 대로 보는 의도적 합리화와 보고 싶지 않은 것은 무시하는 편협함에 빠지지 않도록 스스로 제어하기 위해서다. 세상은 유동적이고 내 사고의 틀도 언제든지 새로운 변화에 맞춰 적극적으로 반응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나는 같은 책을 여러 번 읽는 정독법보다 여러 책을 동시에 읽어가는 다독을 선호한다. 정독은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깊이 파고 들어갈 때, 한 명의 저자를 깊이 이해할 때 도움이 된다. 경우에 따라 정독을 해야할 때도 있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다독을 한다.
넓게 펼쳐진 저인망 독서는 편견에서 벗어나게 하고, 전지적 '나' 시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주관성 오류의 위험을 줄인다. 내가 객관적인 사람이라고 믿고 싶을수록 다독은 필요하다. 백퍼센트의 완전한 객관이란 없고 주관은 상대적이라는 것이 여러 권의 책을 넓게 펼쳐 읽을 수록 빨리 와 닿는다. 나에 대한 믿음에 깊이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자신을 의심하고, 다른 관점에서 내가 상식이라고 믿어온 것을 되짚어 보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을 때 마음의 코어가 강화된다.
시공간을 뛰어넘어 내 정신세계의 코어를 강화하는 독서야 말로 내가 매일 할 수 있는 마음의 홈트레이닝이다. 코어가 강해질수록 나는 위기에 흔들리지 않고, 낯선 일에 당황하지 않고, 실패에 무너지지 않는다. 이 책은 한 명의 독서 수행가가 거쳐온 여정의 기록이자, '안다'는 것에 오랜 호기심을 가진 한 사람의 궤적이다. 이 길이 정석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수백만 권의 책들 속에 평생 읽을 수 있는 책은 한정되어 있고, 가자 자기만의 길을 만들어야 한다. 여러분들도 자신만의 인문지도를 만들며 마음의 코어 근육을 단단히 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