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봇 시즌12 딩요와 노마 에피소드, <우리아이가달라졌어요>
<표지> 또봇 영상 캡처(노마의 그림).
나는 감성이 풍부한 아이였다. 나쁘게 말하면 좀, '예민한' 아이였다. 성인이 된 지금, 자세한 것은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단지 내가 잘못을 아주 많이 했던 기억뿐이다. 그런데 내가 살면서 힘들었던 것은 내 행동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않고 문제로만 인식하는 시선이었다.
그리고 몇 년 전 봉사차 1년동안 기거했던 보육원에서 나와 똑같은 감정을 가진 아이들을 만났다.
전쟁 고아가 없는 우리나라 현재, 아이들이 왜 그곳에 갔겠는가, 아이들 각자 다양한 이유로 보육원에 살고 있었다. 그러나 아이들이 지극히 평범했다. 아이들이 싫어하는 것은 단지 자신들을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선한 의도를 가진 봉사자들이 툭 내뱉은 말부터, 아이들에게 문제가 있을거라 선입견을 가진 일부 학교 선생님이나 친구들의 잘못된 괴롭힘이, 아이들을 때때로 주눅들게 했다.
그런데 심지어 '편견' 마저도 일상 생활엔 거의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그저 가끔 그런 경험이 있을 뿐이었다.
또봇 12기에는 딩요와 노마의 에피소드가 나온다. 각 편 당 4분씩으로, 1편부터 28편에 걸쳐 중간중간 나오기에 내용을 모두 담을 순 없지만,
둘 사이 있었던 일을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참고>http://m.tooniland.com/tooniverse/program/getNormalProgramInfo.tl?program_index=486
노마는 어느 골목에서 분식집을 하던 아주머니의 아이이다. 딩요는 분식집을 위협하는 대형 프렌차이즈 분식집 '어김떡순'의 뒤를 캐다가 그 아주머니가 실종되자 노마를 집에 데려온다. 그리고 딩요는 노마를 씻겨주고, 상처를 치료해주고 함께 밥도 먹는다. 그런데 얼마뒤 딩요는 '또봇' 로봇의 영혼인 '마인드코어'를 배양한다.
'마인드코어'에게 누나의 사랑을 빼앗겼다고 생각한 노마는 '마인드코어'를 괴롭힌다.
마인드코어에게 사랑을 주는 딩요, 하지만 딩요가 없을 때마다 노마는 시끄러운 소음을 만들고, 너 미워! 한다.
마인드코어 배양을 모두 끝낸 딩요가 드디어 '또봇D'를 만난다.
그러나 또봇D는 지나치게 소심하고 말을 못한다. 심지어 운동장을 계속 뛰어다닌다.
또봇 개발팀과 함께 원인을 찾은 딩요는 노마에게 달려가 화를 낸다. 그리고 해서는 안될 말을 한다.
"네가 이렇게 거짓말하고 말썽 피우니까 엄마가 도망간거잖아."
여기까지 본 후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 가지 생각이 들 것이다.
첫 번째는 딩요가 화가 나서 한 말이 잘 못됐다고 느낄 것이다.
두 번째는 노마에 대한 생각이다. 아, 노마는 엄마와 헤어져서 그것을 잘못된 방법으로 풀었구나, 어떻게 하나.
그렇다면 과연 이런 상황에 대해 수도 없이 다루고 있는 SBS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는 어떤 해결책을 낼까?
2015년 7월 10일 방영한 방송을 보자.
이날 방송엔 둘째 동생이 생긴 이후 불안해하는 석진이의 경우가 소개되었다.
이 아이의 사연이 또봇에 나오는 '노마'의 경우와 조금 다르기에 전체 내용을 소개하지는 않겠다.
석진이는 동생을 때리고 엄마에게 자꾸 징징댔다. 5살인데도 많은 것을 엄마에게 의존했다.
엄마는 둘째 아이가 생긴 후에 석진이의 행동이 변했다고 하였다.
하지만 오은영 박사의 진단은 달랐다.
전문가는, 석진이가 타고난 '예민한 아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변화가 있는 것을 싫어하고, 조금만 변화가 있어도 엄마를 원망하는 말을 하는 말을 하고 심지어 폭력적인 행동을 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모든 인형과 그림 속 '눈동자'를 까맣게 칠했다. 그러나 아주 손쉬운 방법을 통해 석진이가 변화하였다.
엄마는 석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할때마다 아가처럼 안아주었다.
하지만 전문가는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하였다.
속상한 마음을 읽어주되, 5살 석진이에게 맞게 '대화'로 풀라고 한다. 그리고 연령에 맞는 방법을 알려주라고 했다.
또한 석진이가 아기처럼 구는 잘못된 습관때문에 대뇌가 발달하지 않았다고 하였다.
석진이는 동생이 생긴 후로 걷지않으려고 했고, 엄마는 유모차로 아이들을 싣고 다녔다.
전문가는 그것이 석진이의 인간관계에 대한 배움을 늦춘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의 제안에 따라 석진이는 조금씩 걷기 시작했다. 성취에 따른 칭찬과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을 기회도 물론 뒤따랐다. 그러자 석진이가 전보다 밝아졌다. 동생도 잘 돌보게 되었다. 그림을 그릴 때도 색색깔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 프로그램을 보고 있자면, 석진이와 같은 사소한 문제를 가진 아이들이 수도 없이 나온다. 아이들의 잘못된 행동을 보면 진심으로 걱정이 되다가도 때론 나로 하여금 혐오의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왜냐하면 거의 내가 어릴 때 했던 잘못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거리에서 엄마에게 떼를 쓴 적이 있었고, 먹을 것에 집착한 적이 있었다. 아빠와의 관계가 서먹한 적도 있었다. 동생을 때린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 모든 행동이 나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었다. TV에 출연한 아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TV에 출연한 이후로 잘못된 행동 때문에 주위의 걱정이 늘었을지 모른다. 때론 본인보다 가족들이 더욱 힘들었을 지 모른다.
그렇다면 다시 또봇 이야기로 가보자.
또봇 12기 23화에서 아이들은 갈등을 해결한다.
노마의 엄마가 납치된 곳에 찾아간 딩요가 다시 노마와 만난 것이다.
딩요는 노마를 꼭 끌어안아주며 자신의 잘못을 사과한다. 그리고 노마에게도 또봇D에게 사과하라고 권한다.
노마는 또봇D에게 사과한다. 또봇 D는 노마의 사과를 곧장 받지 않는다. 하지만 딩요가 노마 대신 호소한다.
"D, 네가 용서하기 싫으면 안해도되. 그런데 이것만 알아주면 좋겠어. 노마는 진심으로 사과하는 거야."
그리고 D도 차츰 마음을 연다. 노마가 곧이어 위험에 처하자, 최선을 다해 구한다.
지금까지 소개한 또봇 이야기에서, 노마는 엄마와 갑작스레 헤어진 충격으로 잘못된 행동을 한다.
그러나 그것이 노마의 전부가 아니고 딩요도 원인을 제공하였다.
아이들은 그럴 수 있다. 또 어른들의 걱정과는 달리 쉽게 문제를 해결한다.
나 역시 그랬다. 나의 타고난 기질이 때때로 잘못된 행동으로 나타났지만, 그것이 인생을 가로지르는 나쁜 영향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성인이 된 나는 다른 사람들의 속상한 마음을 잘 이해하는 편이다.
나는 때때로 나쁜 행동을 하기도 했지만, 다른 가족구성원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사소한 추억이 많다. 그리고 나를 위해 노력하던 엄마의 간절함과, 사랑이 담긴 아빠의 훈육, 그 따스한 온도가 가슴 깊이 남아있다.
그러니 혹시 당신이 예민한 편이라면, 또한 당신의 아이가 그렇다면 정말 괜찮다고 말하고 싶다.
당신을 사랑하는 누군가가, 또는 당신 자신이 아이를 보살펴줄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보육원에 사는 아이들도 사회복지사들의 진심어린 관심과 노력 때문에 괜찮았다.
아이들 모두를 소개할 수는 없지만, 나보다 나은 점들이 많았다.
초등학교 저학년만 되어도 보통 아이들보다 동생들과 잘 놀아주었다.
중학교 여학생들은 나보다 훨씬 김밥을 잘 쌌다.
고등학교 남학생들은 밝고 듬직하고 우직했다.
예민한 사람의 인생 속엔 고통만큼 행복도 크다. 혹은 잠시 시련을 겪어 잠깐동안 예민해진 사람도 마찬가지다.
잠깐의 행동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자.
사람꽃에 사랑을 주면 마법이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