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다스 마이런을 뛰고 나서
나이키 런닝앱 히스토리를 보면 평균 한 달에 한 두 번 뛰는 것 같다. 평소에는 필라테스도 겨우 의지를 끌어모아 가기 때문에 잘 뛰지 않고 기껏해야 여행 가서 아침이 즐겁거나 아니면 출장지에서 아주 가끔 매우 컨디션이 좋을 때만 뛴다.
그러다가 덜컥 아디다스 마라톤 마이런에 도전했다. 한창 여행 중에 조깅을 했던 터라 왠지 뛸 수 있을 것 같았고 8월 한 달 준비하며 체력도 기르고 평소에도 조깅습관도 기를 겸 오픈일에 바로 등록했다.10km 코스로 한 시간 반 안에 도착해야했다.
한 달, 2주, 1주.. 시간이 흐르면서 스트레스가 되었다. 도중에 출장이랑 집안 일 이래저래 바빠지면서 운동 조차 못갔기 때문에 따로 달리기 연습 시간을 내기도 힘들었다. 게다가 무릎도 괜히 더 아팠다.
날이 다가올수록 내가 왜했는지 후회가 되기 시작, 심지어 8시 출발이라 적어도 7시에는 도착해야했다.전날까지도 왠지 너무 가기 싫어서 꽤나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게 왠 사서 고생인가.
일단 당일 아침 겨우 일어났다. 일단 준비를 하고 나갔다. 같이 나가는 친구와 물품을 맡기고 워밍업도 하고 출발선에 섰다.
쿵쿵쿵 응원 소리, 음악소리~ 기분이 은근 업되어 출발하여 우르르~~ 뛰기 시작한다. 의외로 몸이 가벼운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신경 쓸 게 많고 넘어지지 않기 위해 요리조리 잘 코스를 타야했다.
1시간 15분 페이서를 쫓아가려 했는데 그 분들은 사라지고 친구와 겨우 꾸역꾸역 뛰기를 멈추지 읺는다. 달리기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멈추지 않는 것인 것 같다. 그리고 숨쉬기~
2km를 지나 3km..4km... 힘들어서 쉬고 싶다. 아마 양화 대교 중반 쯤일 때 속도를 늦추어 걷기 시작했다. 물도 좀 먹고~ 5km 부터 다시 뛰기 시작. 이 때부터 진짜 정신력인 것 같다. 이미 휴식을 맛보아서 다시 리듬을 타기가 너무 어렵다. 그래서 다시 멈추고 싶은데 생각보다 리듬이 타진다. 일정하게 숨을 쉬고 발을 내딛으면 신기하게도 또 할만 해진다.
그래도 한계는 꽤 빨리 와서 다시 6.5지점에서 쉬고 걷기 시작한다. 7키로에서 다시 뛰다 8키로를 앞두고 한계가 와서 이 때부터 9.7km까지 빨리 걷고 마지막 300m는 다시 뛰어 레이스를 마무리 했다. 기록 측면에서 보면 죽을 만큼 최선을 다하진 않았지만 10km를 크게 오버페이스 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그리고 즐기면서도 힘든 것을 느끼면서도 잘 완주 했다.
마라톤을 할 때 힘듦의 종류를 잘 구분해야한다. 힘들다 느낄 때 진짜 포기하게 만드는 것은 "지금 힘들다"가 아니라 "앞으로 계속 힘들꺼야, 힘들겠지?" 라는 마음인지. 그런데 사실 그 힘듦은 계속 지속되지 않는다. 그 짓누름 때문에 답답해서 그냥 벗어나 쉬고 싶어지는 것일 수도. 그럴 때 빨리 판단해야할 것 같다. 지금 참을만 한데 앞으로 힘들 것 같아 놔버리고픈 건지 아니면 진짜 지금 너무 힘든 건지.
전자라면 좀더 버텨보고
후자라면 쉬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피니시라인은 달콤하고 짜릿했다. 말해 무엇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