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잔뜩 들어간 글, 파괴된 글의 논리, 그저 내가 하고 싶은 말에 확신이 가득 차 쓴 표현들.
군부대 안에서 쓴 글을 읽고 나니, 순간 창피함이 온몸을 휘감았다. 1년도 안 된 글들이 지금의 나의 모습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는 것에 이질감을 느끼기도 했다. ‘이건 진짜 안 되겠다’ 싶어서 단어 몇 개를 고친 것도 슬쩍 고백해 본다.
과거에 쓴 글들을 보며 창피함과 이질감을 느낀 경험, 블로그나 브런치에 올렸던 글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지금의 내 모습과는 맞지 않은 글들을 보관하거나 삭제하는 경험은 다들 한 번쯤 해봤을 것이라 생각한다.
수정을 위해 글을 여러 번 읽다가 문득 그 시절 나의 모습이 강렬하게 떠올랐다. 내가 속했던 집단의 분위기와, 내가 경험했던 것들. 내가 세상을 대했던 태도와 주로 했던 생각들이 글에 담겨있었고, 글의 콘텐츠뿐만 아니라 글에 묻어난 전체적인 분위기와 문체 역시 그때의 나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글 수정을 멈췄다.
나는 그동안 수많은 내면의 변화를 경험했다. 그 과정이 글로 담기는 것이, 진정한 글의 소중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며 과거의 글들을 그대로 남겨두었다.
브런치를 쉬다가 다시 시작하게 된 것은, 지금의 나를 다시 기록하고 싶어서였다. 내가 공부하고 관심을 갖는 것들에 대한 변화뿐만 아니라, 글이 나의 태도와 생각, 감정들을 남긴다는 것에도 의미를 가져보려고 한다.
브런치는 글을 전시하는 공간이다. 내 글을 전시하기 위해 글을 섬세하게 다듬다 보면, 지금의 나의 생각과 모습이 글에 자연스럽게 투영된다. 나의 상황과 태도가 드러나는 문장의 특색과 낱말의 선택, 그것들이 풍기는 분위기. ‘내가 나의 글을 대하는 태도’를 되새기는 순간을 글로 기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