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가 나타나면 빌고 싶은 세 가지 소원
주말 동안 넷플릭스 드라마 ‘이루어질지니'를 정주행했다. 그리고 일요일 밤에 만약 내 앞에 지니가 나타난다면 ‘어떤 소원이 가성비가 좋을까'를 고민하느라 밤잠을 설쳤다. 한 치 앞을 모르는게 인생이다. 신이 존재한다면, 그리고 그(또는 그녀)가 자애롭다면 그동안 내게 이토록 많은 시련을 겪게 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모든 아픔을 상쇄할 만큼 커다란 행운을 주기 위해서가 아닐까.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고 하지 않던가. 평소에 구상을 해둬야 지니가 나타났을 때 어버버거리지 않고 지니마저 감탄시킬 가성비 넘치는 소원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소원은 쉽다. 이십 년 전이었어도, 십 년 전이었어도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이 소원을 먼저 말했을 것이다.
하나, 아름답게 만들어주세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감정은 황홀함이다. 이 감정은 굉장히 귀해서 살아가는 동안 몇 차례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 감정을 간접 경험시켜주는 예술을 동경한다. 소수의 예술가들은 남다른 재능으로 음악, 미술과 같은 예술 작품으로 아름다움을 구현해 사람들을 황홀하게 만든다. 그러다 빈센트 반 고흐처럼 너무 몰두한 나머지 미쳐버리기도 한다.
그런데 선택받은 소수의 사람들은 얼굴 자체가 예술이라 존재만으로 사람들을 황홀하게 만들기도 한다. 원빈, 고수, 차은우, 장원영, 송혜교. 예쁘다, 잘생겼다 남녀의 범주를 떠나 아름다운 외모를 갖고 있는 사람들. 이름을 불렀을 뿐인데 마음 한 켠을 신성하게 만드는 마법같은 이름들. 신이 선사하는 최고의 재능이 바로 외모의 우월성이라고 감히 생각한다. 별다른 노력 없이도 언제나 칭송받고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삶. 한 번도 살아보지 못헸으며 기적이 없다면 경험하지 못할 삶. 얼마나 행복할까.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첫번째 소원을 외모를 아름답게 해달라고 말할 것이다.
둘, 부모님이 평생 건강하게 해주세요
자취를 하다 보니 본가에 갈때마다 부모님 얼굴에 늘어가는 주름살이 선명하게 보인다. 달에 한 번 씩 집에 갈 때마다 노쇠하는 그들을 보면 마음 한 켠이 쓰리다. 두번째 소원으로 부모님의 건강을 기원할 것이다. 그들이 사는 동안 감기 한 번 안 걸렸으면 좋겠다. 은퇴하고 나서 이십대 못지 않은 체력으로 그동안 바빠서 미뤄왔던 여행을 열심히 다녔으면 좋겠다.
나만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부모님 건강검진날 무조건 동행하기였다. 내가 한창 아팠을 때 혼자 검사받고 혼자 결과를 기다리던 시간이 너무 무서웠어서 부모님만큼은 그 두려움과 쓸쓸함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갖게 된 희망사항이다. 그래서 얼마 전에 엄마의 건강검진을 따라갔다. 결과를 듣기 까지의 시간 동안 얼마나 초조하고 불안하던지. 이 정도면 뭐 괜찮습니다. 문제가 없다는 것도 있다는 것도 아닌 심드렁한 의사의 반응이 못마땅했지만, 큰 이상은 없다는 말에 한 시름 놓았다. 그들에게 건강상의 문제가 없을 거라는 확신이 내게 생기면 마음 속의 큰 짐을 하나 덜 것 같아 기꺼이 나의 소원 하나를 쓰겠다.
셋, 감사할 수 있는 능력을 주세요.
서른 해 넘게 살면서 부, 명예, 돈과 같은 남들이 동경하는 모든 걸 갖추고 있지만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을 꽤 많이 봤다. 톱스타, 재벌, 재벌 3세 등. 삶을 등지지 않았지만 성공한 사람들 중에서 정신과 약을 복용하는 사람들도 꽤 많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청담동 소재 정신과 예약이 그렇게 힘들다는 풍문.
과연 인간이 만족이라는 걸 할 수 있는 동물인가. 결핍과 갈망은 인간의 본능이다. 나만 하더라도 그렇다. 이십대 내내 차를 갖고 싶었는데, 막상 차를 사고 보니 더 좋은 차를 동경한다. 나만의 작업실을 갖고 싶었는데 막상 투룸을 사고 방 하나를 작업실로 쓸 수 있게 되니 더 큰 집을 동경하고 있다. 자전거 탄 채로 우는 것보다 벤츠 탄 채로 우는게 낫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나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두 선택지 보다 나은 삶이 웃으며 걸어가는 삶이다.
긍정적인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아우라가 있다. 모두가 불평하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부득부득 긍정적인 면을 찾아 기어코 감사하고야 마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은 행복하다. 행복하려고 돈을 버는게 아니라, 돈을 벌어야 행복하다고 믿는 물질 만능주의 사회에서 감사할 수 있는 능력이야 말로 값진 자산이다.
열심히 골동품을 어루만지며 지니가 나타나기를 빌고 있지만 검색 한 번이면 모든 후기를 찾아볼 수 있는 현대 사회에서 ‘지니를 만난 후기'를 찾을 수 없다는 건 아마도 그것이 존재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면 지니를 내 안에서 찾아야 한다. 세 가지 소원 중 내 힘으로 이룰 수 있는 소원은 단 하나 뿐이다. 부디 언젠가 내 마음이 평온과 평안으로 가득차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