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始作)
어떤 일이나 행동의 처음 단계를 이루거나 그렇게 하게 함. 또는 그 단계.
작년 3월 필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본격적으로'라는 단어가 주는 의지의 느낌이 있지만, 사실 그 말 없이는 나의 시작을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다.
혼자서 노래필사 등을 하면서 기웃기웃 하던 내가 친구의 소개로 필사챌린지에 참여 하게 되었다.
"100일 동안 꾸준히 써보자."
그때의 나는 '꾸준히 써보자'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그게 나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올 줄은 몰랐다.
꾸준함이 습관이 되려면 최소한 66일이 걸린다고 했고, 100일이면 내 몸의 일부가 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소소한 기대를 품고 챌린지에 참여했다.
매일 오전 6시면 운영자님이 문장을 배달해 주신다.
오늘의 문장을 확인하고 나만의 필사를 하는것.
그리고 블로그에 간단히 포스팅을 하면 그날의 챌린지가 끝났다. 단순한 일상처럼 느껴졌지만,
그 작은 반복이 내게는 꽤 큰 의미가 있었다.
오늘 블로그에서 '1년 전 오늘' 에 그날의 필사문장과 포스팅을 만나게 되었다.
다꾸에 한 정성 하는 요즘의 필사노트와 비교하면 단순하기 그지 없다.
하지만 꾹국 눌러 쓴 진심의 글씨에 시작의 단단한 마음가짐이 보이는 듯 하다.
누구에게나 시작은 있다.
시작은 언제나 누군가가 정해주는 문장이었다면, 1년이 지난 지금의 나의 필사 문장들은 나만의 취향으로 가득 채워졌다. 필사를 시작하고, 독서를 함께 하면서 나를 움직이는 문장들을 발견하고, 그들을 필사하는 재미를 알게 되었다.
어떤 시작은 가능성의 길이 되기도 한다.
혼자서 필사를 할 땐 몰랐던 것들이 많았다. 하지만 챌린지에서 함께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나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혼자 했더라면 느끼지 못했을 위로와 다정함을 함께에서 경험했다.
그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며, 나는 이 시간에 오래 머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과 함께라면 뭐든 할 수 있고, 뭐든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지난 1년이 모두 좋았던건 아니다.
권태의 시간의 있었고 도망가고 싶었던 시간도 있었다.
하지만 늘 하던대로 그냥 쓰고 그곳에 머무르기로 했다.
시간이 흐르고 사적인 문장들과 나의 기록들이 쌓여가고 있었다.
그 무렵이었을까?
"뭐가 될수도 있겠다"라는 가능성을 보게되었다.
필사를 시작했을 뿐인데, 나는 '취향의 발견'이라는 가능성을 만난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글을 쓰는 것만 같았지만, 그 속에서 나만의 세계를 찾게 되었다.
어떤 시작이든,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그 자체로 가능성의 길이 된다.
그곳에서 만나는 취향의 위로들은 나를 오늘도 살아가게 한다.
00년 차 워킹맘인 나는, 이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필사라는 작은 시작이 나에게 큰 변화를 가져다주었듯,
오늘도 계속해서 나만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