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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토 Jun 05. 2024

어떤 사람이 요가를 하나요?

강물이 어찌 오손도손 흐리기만 하랴

큰 물이 작은 물을 이끌고

들판과 골짜기를 사이좋게 흐리기만 하랴

어떤 때는 서로 치고 받고

또 어떤 땐 작은 물이 큰물을 덮치면서

밀리면 밀리면서 쫓으면서 쫓기면서 때리고 맞으면서

시게전도 지나고 다리밑도 지나는

강물이 어찌 말없이 흐리기만 하랴


별들이 어찌 늘 조용히 빛나기만 하랴

작은 별들과 큰 별들이 서로 손잡고

웃고 있기만 하랴

때로는 서로 눈 부라리고 다투고

아우성으로 노래로 삿대질로 대들고

그러다 떠밀려 뿔뿔이 흩어도 지지만

그 성난 얼굴들로 그 불 뿜는 눈빛으로

더 찬란히 빛나는 별들이

어찌 서로 그윽히 바라보기만 하랴


산비알의 꽃들이 어찌 다소곳 피어 있기만 하랴

큰 꽃이라 해서 먼저 피고

작은 꽃이라 해서 쫓아 피기만 하랴

빛깔을 뽐내면서 향기를 시새면서

뒤엉켜 싸우고 할퀴고 허비고

같이 쓰러져 분해서 헐떡이다가도

세찬 비바람엔 어깨동무로 부둥켜안고 버텨

들판을 산비알을 붉고 노란 춤으로 덮는

꽃들이 어찌 곱기만 하랴


산동네의 장바닥의 골목의 삶이 어찌 평화스럽기만 하랴

아귀다툼 악다구니가 잘 날이 없고

두발부리 뜸베질이 멎을 날이 없지만

잘난 사람 못난 사람이 큰 사람 작은 사람이 엉켜

제 할일 하고 제 할말 하면서

따질 것은 따지고 밟을 것은 밟으면서

강물이 되고 별이 되고 꽃이 되면서

산동네의 장바닥의 골목의 삶이 어찌 밝기만 하랴


신경림의 시 < 강물이 되고 별이 되고 꽃이 되면서> 전문




삶이 어찌 평화롭기만 하겠는가. 요가원에 모여 요가를 하는 사람의 얼굴이 각양각색이듯이 살아가는 사연도 오만가지다. 내가 골목의 삶을 가졌듯 누군가는 산동네의 삶을 지녔고 누군가는 장바닥의 삶을 이야기한다. 그곳에서 강물이 되고 별이 되고 꽃이 되면서 살아오고 있지만 어찌 삶이 밝기만 하겠는가.


어제는 요가원에 6년 전에 고등학교 졸업하고 엄마와 함께 요가를 다녔던 학생이 찾아왔다. 벌써 대학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어 요가원을 다시 찾은 것이다. 살다 보니 몸도 틀어지고 스트레스도 쌓여 가면서 새로운 탈출구를 찾고자 요가원을 찾았을 것이다. 그 시절에 요가를 하면서 느꼈던 좋은 느낌이 생각나서 다시 찾아온 거겠지.


60대에 스케이트를 타다 넘어져 발목수술을 하고 다시 요가원을 찾은 분도 계신다. 이분 또한 5년여 전에 함께 요가수련을 하던 분이다. 운동의 성향은 나이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지금은 스트레칭과 명상으로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과 공간을 찾아오신 거겠지.


젊은 나이지만 청소업을 하는 회원은 한 가지 동작의 지속적인 반복으로 어깨 회전근개파열이 생겼다. 수술을 하고 한 달 만에 재활을 위해 찾아왔다. 어깨가 얼마나 아픈지 어깨만 낫게 해 준다면 어떠한 것도 소화하겠다며 각오가 대단하다. 날마다 빠짐없이 요가수련을 하면서 지금은 팔이 제법 차이 나지 않도록 귀뒤로 넘어간다. 여기에 더해 요가지도자 과정도 밟고 있다. 


서비스직에서 편중된 자세로 오래 일하다 보니 몸이 눈에 띄게 틀어진 회원이 있다. 한쪽다리는 곧잘 펴지는데 반대쪽 다리는 현저하게 뜬다. 일찍 요가원에 와 차를 마시고 나면 다리 찢기 자세인 박쥐자세를 남들보다 더 많이 훈련한다. 역시나 공들인 시간들은 헛되지 않다. 처음의 다리각도가 90도와 친했는데 지금은 180도에 더 가깝다. 각고의 노력을 통해 몸에 체득시킨 공간은 쉽게 예전의 비루함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아니한다.


나와 같은 직장에 다니면서 지금의 요가원을 다니고 있는 8년 차 요가 절친도 있다. 완경을 하고 나니 온몸이 돌아가면서 아프다. 특히 뼈마디가 많이 쑤시나 보다. 어제는 어깨가 오늘은 무릎이 아프다고 한다. 유방초음파상 여성호르몬제 사용에서도 제한을 받는 진단을 받았다. 식품으로 여성호르몬을 대신할 것을 찾지만 완전한 것은 없다. 그래서 요가 운동과 명상을 통해 자신의 아픔과 괴로움을 돌아보고 내치지 않으면 끌어안고 다독여간다. 


강물이 어찌 오손도손 흐르기만 했겠는가. 별들이 어찌 늘 조용히 빛나기만 했겠는가. 산비탈의 꽃들이 어찌 다소곳 피어 있기만 했겠는가. 이만큼 살아오면서 잘 흐르기 위해 빛나기 위해 애쓰면서 얻은 것들이 있다. 마음의 무게와 육체의 상흔이 우리에게 남겨졌다. 이 상흔들을 우리는 잘 어루만지면서 다독이면서 앞으로도 더 잘 살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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