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뉘엿뉘엿한 해가 되었고
생각도 구부러진 등골뼈로 다 드러났으니
오늘은 젖비듬히 선 등걸을 짚어본다.
그제는 한천사 한천스님을 찾아가서
무슨 재미로 사느냐고 물어 보았다
말로는 말 다할 수 없으니 운판 한번 쳐보라, 했다.
이제는 정말이지 산에 사는 날에
하루는 풀벌레로 울고 하루는 풀꽃으로 웃고
그리고 흐름을 다한 흐름이나 볼일이다.
조오현의 시 <산에 사는 날에> 전문
요가를 하면서 살아온 날이 벌써 15년이다.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시작한 요가가 등골뼈로 드러났다. 한 해 한 해 쌓아간 날들이다. 요가는 매일의 일정 중에 언제나 한자리 차지하고 있다. 일이 끝나면 저녁 식사 후 요가수련하는 것은 별일 없으면 하루 중에 소화해야 할 루틴이다.
요가인들의 책을 읽으면서 부러운 것이 있었다. 낯선 곳에서 한 달 살기. 제주에서 한 달 살기. 발리에서 한 달 살기다. 평생에 일을 쉬고 한 달씩 타향에 가서 한 달 살기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내게는 퇴직하지 않는 이상 이상일뿐이다.
그동안에는 살아가는 것이 바빠 여행이라는 것에 별 흥미가 없었다. 잠시 다녀오는 휴가는 몸만 부대낄 뿐이었다. 눈으로 쓱 바라보는 풍경은 내 것이 되지 못했다. 잠깐 타인으로 등장하는 것에는 관심이 덜하다는 것을 알았다.
어제는 현충일이라 하루 쉬었다. 아무것도 안 하고 내 몸이 가는 대로 뒹굴고 내 마음이 허락하는 대로 가고 싶었다. 무계획을 계획해 봤다. 새벽 5시에 일어나 글 쓰고 이른 아침을 먹은 후 달리기를 30분 하였다. 오전 내내 잠도 보충하고 시집을 읽었다. 점심 먹고 오후에는 유튜브 보며 등을 바닥에 대고 비비댔다. 저녁을 먹은 후 걷기를 30분 하고 종일 놀았더니 이도 심드렁해졌다.
역시 나는 무언가 짜임새 있게 생동감 있게 계획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다시 상기하게 된다. 그러면서 일주일이든 한 달이든 새로운 곳에서 나의 삶을 계획해보고 싶었다. 제주에서 일주일 살기를 계획한다면 나는 무엇을 계획할 것인가.
하루는 풀벌레로 울고 하루는 풀꽃으로 웃는 흐름으로 살되 그 안에는 요가를 채워 넣을 것이다. 산에도 오르고 매일 걷든 뛰든 하면서 자연과 어우러질 것이다. 식사는 숙소에서 해 먹고 매일 책을 보고 글을 쓸 것이다.
올 상반기에는 일주일 휴가를 내어 제주살이를 계획해 봐야겠다. 요가매트를 매고 가야겠다. 내가 계획한 일정에 누군가가 동행해도 좋겠지만 굳이 뜻이 맞지 않다면 혼자 해도 좋겠다. 세상사는 날에 요가하는 재미로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