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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토 Jun 12. 2024

몸과 마음을 아우성 속에

새벽은 어둠 속에서 태어난다

길고 오랜 비바람 속에서 태어나고

백날 백밤 온 세상을 뒤덮는

진눈깨비 속에서 태어난다

새벽은 어둠을 물아내는

싸움 속에서 태어난다

비바람을 야윈 어깨로 막는 

안간힘 속에서 태어나고

진눈깨비 맨가슴으로 받는

흐느낌 속에서 태어난다


새벽은 먼저 산길에 와서

굴 속에 잠든 다람쥐를 간지르고

풀잎을 덮고 누운

풀벌레들과 장난질 치지만

새벽은 다시 산동네에도 와서

가진 것 날 선 도끼밖에 없는

늙고 병든 나무꾼을 깨우고

들일에 지쳐 마룻바닥에 쓰러진

에미 없는 그의 딸을 어루만지지만

새벽은 이제 장거리에 와서

장사 채비에 신바람이 난

주모의 치맛자락에 춤을 추고

해장국집에 모여 떠들어대는

장꾼들과 동무가 되기도 하지만


새벽은 아우성 속에서만 밝는다

어둠을 영원히 몰아내리라

굳은 다짐 속에서만 밝는다

비바람 진눈깨비 다시 못 오리라

힘껏 낀 어깨동무 속에서만 밝는다

다람쥐도 풀벌레도 산짐승도

늙고 병든 나무꾼도 장꾼도

아직 잠에서 깨지 않는 사람들도

모두 하나로 어깨동무를 하고

크고 높이 외치는

아우성 속에서만 밝는다


신경림의 시 < 새벽은 아우성 속에서만> 전문




먹는 것이 바로 나다. 내가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내 몸의 반응이 달라진다. 그것도 어떤 감정상태냐에 따라 먹는 양도 달라지지만 고르는 것도 달라진다. 


나에게 음식은 간식과 같은 개념이었다. 있으면 먹고 없으면 안 먹는 것. 굳이 좋은 것을 챙겨 먹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먹고 싶은 것도 없고 음식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고 무엇을 먹을까 생각해 보지도 않았다. 음식은 배만 채우면 되고 그것에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무가치한 일이라 여겼다. 그 상태로 40여 년을 살다 보니 외모와 건강과 감정상태의 원형이 만들어져 있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내 몸이 형성된 것이다.


40대에 요가를 시작해서도 마찬가지였다. 한 끼를 때우는 용도로의 음식이었다. 몸과 마음과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마음가짐도 중요하지만 외부로부터 흡수시키는 음식도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뭔가 큰 탈이 나면 부리나케 불 끄기에 바빴다. 왜 운동을 하는데도 아프고 몸이 고장 나느냐고 반문한다. 운동을 시작하는 시기 보다 음식을 먹고 산지 더 오래됐다. 내 몸속에 아무 음식이나 집어놓고 좋은 모양의 작품이 나오기를 바라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이제야 인식하게 됐다.


좋은 생각을 해야 일이 잘 풀리고 좋은 감정 상태여야 얼굴빛이 환해지듯이 좋은 것을 넣으면 좋은 작품이 나온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물의 중요성을 누누이 강조받았지만 "난 원래 물을 못 마셔" " 물 마실 시간 없어"하며 물 마시기를 게을리했다. "난 먹는 것 별로 안 좋아해"하며 아무거나 먹었다. 


지금의 몸 상태는 고혈압에 당뇨 전단계이다. 이제는 슬슬 비뇨기계통도 시원찮음을 느낀다. 없던 아토피도 가끔 생기는 것을 보면서 음식과 운동으로 감정을 다스려간다. 자연식을 주로 하고 직접 요리해서 먹는 좋은 음식에 감사하며 먹는다. 생과일 생야채 주스를 직접 만들어먹으며 음식 만드는 것이 노동이 아닌 감사할 일상임을 알아간다.


나를 위해 음식 만드는 일에 집중하고 다른 목표를 위한 희생제물로 삼지 않는다. 목표지향적인 삶에서 이제는 풍요로운 삶을 위해 삶을 재정비한다. 음식의 중요성을 깨닫고 내가 먹는 모든 것이 감정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한다. 습관을 바꾸며 감정이 요동치지 않도록 요가로 몸과 마음을 다스린다. 몸과 마음의 어깨동무를 힘껏 하며 아우성 속에서 새벽을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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