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물살은 빠르고
어떤 물살은 느리다
또 어떤 물살은 크고
어떤 물살은 작다
어떤 물살은 더 차고
어떤 물살은 덜 차다
어떤 물줄기는 바닥으로만 흐르고
어떤 물줄기는 위로만 흐른다
또 어떤 물줄기는 한복판으로만 흐르는데
어떤 물줄기는 조심조심
갓만 찾아 흐른다
뒷것이 앞것을 지르기도 하고
앞것이 우정 뒤로 처지기도 한다
소리내어 다투기도 하고
어깨와 허리를 치고 때리면서
깔깔대고 웃기도 한다
서로 살과 피 속으로 파고들어가
뒤엉켜 하나가 되기도 하고
다시 갈라져 따로따로 제 길을 가기도 한다
때로 산골짝을 흘러온 맑은 냇물을 받아
스스로 큰물이 되기도 하고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온 더러운 물을
동무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다리 밑도 지나고 쇠전 싸전도 지난다
산과 들판을 지나고
바위와 돌틈을 어렵사리 돌기도 한다
그러면서 모두 바다로 간다
사람이 사는 일도 이와 같으니
강물을 보면 안다
온갖 목소리 온갖 이야기 온갖 노래
온갖 생각 온갖 다툼 옳고 그름
우리들의 온갖 삶 온갖 갈등
모두 끌어안고 바다로 가는
깊고 넓은 크고 긴 강물을 보면 안다
신경림의 시 < 강물을 보며> 전문
소꿉친구라는 이름의 단톡으로 사진이 전송되어 왔다. 시골친구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낸 것이다. 오랜만에 서울 사는 친구가 내려오면서 친구 셋이서 만났다. 미리 며칠 전부터 예정된 일이었다.
서울을 벗어나고픈 친구의 요청으로 바닷가를 낀 도시 여수에서 만났다. 여수에 사는 친구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장도라는 섬을 돌아보았다. 동심으로 돌아가 사진도 서로 찍으며 하하 호호 웃고 '00야' 이름 부르며 마음은 국민학교 저학년으로 돌아가 있었다. 요가수련하는 시간을 양보하고 친구와의 시간을 선택한 하루였다.
언제나 팽팽하게 잘 짜인 일상에서 벗어나 느슨한 삶에 하루 물 담갔다. 머릿속에 채워져 있던 나의 이야기를 잠시 제쳐놓고 그 자리에 추억을 밀어 넣었다. 추억이 들어온 자리에 함께한 동무들. 밥 먹고 차 마시고 드라이브하고 서로 사는 이야기하고.
소꿉친구들도 나도 인생을 모두 끌어안고 바다로 가는 여정에 있다. 물살은 빠르다가도 느리다. 크기도 하고 작기도 하다. 바닥으로만 흐르는 물줄기가 있는가 하면 위로만 흐르는 것도 있다. 한복판만 흐르는 강물이 있는 반면에 갓만 찾아 흐르는 것도 있다. 뒷것이 앞 것을 지르기도 하고 소리 내어 다투기도 한다. 깔깔대고 웃기도 하고 뒤엉키기도 한다. 따로 갈라져 제 길을 가다가도 어렵사리 큰 물이 되기도 한다.
풍족하게 살다가 경제적인 어려움에 부딪힌 친구의 얼굴이 힘들어 보인다. 건설업을 하는 남편이 코로나 터지고 금리가 올라가는 과정에서 지어놓은 건물이 팔리지 않아 돈 순환이 안된다고 걱정 가득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돈 많은 집 마나님으로 보이지만 마음은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남들은 겉만 보고 부자로 보지만 빛 좋은 개살구라고 스스로 말한다.
신경림 시인의 시를 읽으며 사람 사는이야기가 강물에 담겨있음을 본다. 너무 팽팽해서도 안되고 너무 느슨해서도 안 되는 인생. 팽팽함과 느슨함의 조화로움이 필요하다.
반면교사다. 친구를 위로하며 내 인생을 돌아본다. 내게 요가라는 느린 미학이 없었다면 나 또한 분명히 하루라도 벗어나고픈 갑갑함에 몸부림쳤을 것이다. 하루 중에 치열하게 살아가는 시간이 있듯이 저녁에 요가수련으로 팽팽함의 끈을 잠시 놓아주는 느슨한 시간이 있다. 긴장을 풀어주는 이 시간이 없었다면 분명 늘어진 고무줄이 되어 삶을 놓아버렸을지도 모른다. 요가로 팽팽함과 느슨함 사이의 조화를 맞추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