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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토 Jun 25. 2024

감정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

T에 가까운 나는 다정다감한 편이 아니다. 공감능력이 살짝 떨어진다고나 할까. 대신 자신이 해야 할 일이나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 많아도 크게 흔들림 없이 잘 처리하는 편이다. 직장에서는 인정받고 일하지만 아이들에게는 특히 딸아이에게는 엄마의 사랑표현이 부족했다.     

내 휴대폰에 딸의 닉네임이 '사랑하는 딸'이라고 저장되어 있다. 딸이 직접 바꿔준 이름이다. 어찌 보면 혼자서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책임감을 어깨에 드리운 상황에서는 일희일비하지 않는 성격이 스스로에게는 더 견디기 쉬웠을 것이라 안위해 본다.     

딸아이는 언제나 엄마의 사랑을 갈구했다. 태어나서 6개월 만에 놀이방과 어린이집으로 전전하며 컸다. 언제나 '안아줘'란 말을 자주 해서 안타깝기도 했다. 10개월 무렵부터 오빠에게 맞고만 있지 않고 스스로 자신을 보호할 줄 알며 대항하는 야무진 아이였다.


오빠를 따라 어린이집을 다니는 세 살 때, 직장이 정신없이 바쁜 날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왔다 "아이가 수두 걸린 것 같아요. 데리고 가셔야겠어요". 오전에 걸려온 전화였지만 업무가 너무 바빠 점심시간에나 택시를 타고 달려갔다. 자세히 보니 밤새 물린 모기 때문에 온몸이 발적이 올라온 상황이란 걸 알 수 있었다.     

혼자 원장 사무실 바닥에서 세 살짜리가 혼자 숟가락으로 밥을 떠먹고 있는 상황에서도 밥 한 숟가락 입에 떠 넣어줄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미어지는 마음을 뒤로하고 직장으로 달려올 수밖에 없었다.


내 딸은 야무져서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 고집이 센 아이는 자주 나와 부딪혔고 업무에 지친 나에게 자주 대항했으며 나무라면 똑바로 쳐다봤다. 그럴 때마다 아빠를 닮은 아이에게 아빠의 몫까지 더하여 매를 들고 야단을 쳤다. 지도 차원에서 손을 매로 치면 엄살 부리지 않고 눈 한 번 내리깔지 않고 그 매를 더 받아냄으로 나에게 무언의 항의를 했다. 너무 힘들고 지친 날에는 아이의 행동이 힘에 부쳐 그럴 때마다 "너는 앞으로 아빠한테 가서 살아"라고 말했다.     

이 말이 아이에게는 엄마에게서 버려진다는 생각이 들게 하지 않았을까?. 남편에게 하지 못한 불만을 아빠를 닮은 딸아이에게 투사했다.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굳이 숨기려 하지 않는 딸이 키우기가 더 힘들다 생각했다. 그러나 군대를 다녀온 아들이 삶의 갈피를 잡지 못할 때 의젓하게 버텨 준 것이 딸이었다.     

매사에 자신감이 결여된 아들이 키 늘리는 다리수술을 한다고 할 때도, 오빠의 심리 상담을 갈 때도 엄마의 걱정거리를 하나라도 덜어주려는 딸이었다. 엄마의 지난한 세월을 함께 하면서 또 직장에 매여 헌신적으로 일하는 엄마의 모습이 안타까워서였을까? 대학을 결정할 때 "나는 엄마처럼 안 살 거야"라고 말하며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학과를 선택했다. 대학4학년 1학기를 앞두고 휴학을 하였다. 알바를 한다고 하였다.     

타 지역으로 나가 잠깐 일하다 오겠지 하던 그때가 딸은 내 품을 떠난 때였다. 언제나 사랑을 갈구했던 딸에게 한없이 채워주지 못함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혼자 자립하고 힘들게 일하면서 마음의 의지처가 필요했는지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했다. 고양이들의 엄마 역할을 하면서 엄마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해 간다며 문자를 보내왔다.     

2년간의 독립으로 딸이 얻은 것은 체중이었고 마음이 부치는 일상들이었다. 마땅한 자격증이 없는 요즘 젊은이들은 전문성이 없으면 취직 자리가 마땅찮다. 딸아이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속에서 일등이 되기 위해 애쓰며 살다 몸과 마음이 모든 것을 놓아버릴 상황이 되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난감해하던 딸은 지금 간호대학교 재학생이다. 엄마처럼 살기 싫다고 말하던 딸은 결국 엄마가 갔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어느덧 엄마와 닮아있는 딸아이의 모습이 보인다.     

지금도 같은 도시에 살지만 분가하여 살고 있다. 외모는 남편을 닮았지만 성격은 엄마를 닮았다. 떨어져 살아보니 더 애틋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사이가 되었다. 사소한 일이 있어 도움이 필요할 때면 딸에게 제일 먼저 연락하게 된다. 엄마가 가장 존경스럽다고 말하는 딸이다. 아이들을 키울 때 어른으로서 좀 더 성숙했다면 자신의 심리를 아이에게 투사하지 않았을 텐데. 기분과 감정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 매일의 일상 속에서 수련하고 공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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