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버른은 어땠냐면... 사람이 참 웃긴 게, 아니 나만 그런 걸 수도 있는데 너와 같이 왔으면 어땠을까, 자꾸 생각하게 됐다.
너는 자는 멀미가 있으니까 투어 여행은 힘들겠다고 생각했어. 그래도 필립 아일랜드의 밤하늘은 같이 보고 싶었어. 별도 둥글게 펼쳐지는 거 알아? 나는 지구는 둥글어도 하늘은 평평하다 생각하고 살았는데, 하늘도 둥글더라. 하늘에 별들이 둥글게 자리하고 있어.
별들이 너무 밝아서 내가 알던 별과는 다른 별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북두칠성이 하나라니. 호주 건 눈물날만큼 밝은데. 나는 별을 보고 또 소원을 빌었어. 이번 건 원래 빌어왔던 것과 조금은 달랐어. 당연히 너도 등장하지. 나는 소원 덕분인지 만난 지 한 달도 안 된 친구들과 싸우지 않았어. 이해 안 되고, 답답하기도 했지만, 그런 감정을 느끼는 내가 싫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래도 나는 어른이니까 티 내지 않았어.
너랑 오면 좋았을 텐데. 멜버른에 50년이 넘은 포토부스가 있어. 한 번 찍는데 8달러인데, 동전밖에 되지 않아서 열심히 거스름돈을 모아야 했지. 너와 그 좁은 부스에서 발과 몸과 얼굴을 붙이고 앉아 사진을 찍고 싶어. 너는 플래시가 터질 때 눈을 감을 것 같지만, 엉뚱한 곳을 보는 사진이 나올 것 같지만 그래도 괜찮아.
나는 행복할 때도, 불행할 때도 자꾸 너와 함께 있는 걸 가정하게 된다. 그게 너무너무 슬펐는데, 사실 지금도 좀 슬프지만, 다시 만나게 될 걸 아니까 참을 수 있어. 구글맵에 익숙해지고, 주문할 때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배우고, 호주의 대중교통 타는 법을 알아가고 있어.
호주는 10월 첫째 주에 서머타임이 시작된대. 시드니는 한국보다 2시간 빨라질 거야. 나는 시드니에서 너보다 먼저 아침을 맞고, 노을을 보겠지. 호주에서 많은 것을 너보다 먼저 경험하겠지. 그 모든 것을 다 알려줄 수는 없겠지만, 네가 호주에 있는 동안 빈틈없이 행복할 수 있게 노력해 볼게. 너무너무 보고 싶지만 조금만 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