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의 하루는 단순하면서도 복잡하다. 어떤 날은 모니터만 멍때리고 보고 있고, 어떤 날은 어버버거리면서 일처리를 한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는 10월 31일 이곳에 처음 왔다. 우리 부서에는 나보다 3주 먼저 온 인턴이 있었는데, 그 친구가 나에게 일을 가르쳐준다. 웃긴 것 같다. 인턴이 인턴을 가르치는 이유가 고작 3주 먼저 왔다는 이유라니. 여기에도 인수인계 체계가 제대로 잡혀 있는 곳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여기도”라고 말한 이유는 전에 알바할 때도 인수인계를 너무 대충 받아서 맨날 실수했기 때문이다.
나는 늘 한국의 인수인계 방식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원래는 미리 알려주고 일을 시키는 게 정상 아닌가? “일단 해보세요”라는 말이 왜 이렇게 무섭고 불친절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했다가 실수하면 어떡하지? 특히 신입이라면 메일 하나 보내는 법부터, 전화 받을 때 기본 멘트, 파일들을 어디에 저장하고 어떤 형식으로 올려야 하는지 같은 기본적인 것부터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국 회사들은 신입이 스스로 찾고 스스로 질문하길 바란다. 문제는 질문하려면 내가 뭘 모르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거다. 처음엔 그게 불가능하다. 처음엔 모든 게 낯설고, 뭐가 중요한지, 무엇이 관행인지조차 모르는데 “궁금한 거 있으면 편하게 물어보라”고 하는 말은 솔직히 부담스럽기만 하다. 잘못 물어봤다가 ‘그것도 몰라?’라는 눈빛만 돌아오면 그다음부터는 아무 말도 못 한다.
결국 신입들은 모르는 걸 아는 척하고, 아는 척하다가 실수하고, 실수하고 나면 혼자 자괴감에 빠진다. 일이 어렵고 복잡한 게 아니라, 가르치는 시스템이 없어서 생기는 혼란인데 그 책임은 당연히 신입이 떠안는다. 나는 요즘 그런 생각을 자주 한다. 내가 잘못해서 실수하는 게 아니고, 애초에 배울 환경이 부실해서 생기는 문제인데 왜 나는 매번 죄책감을 느껴야 할까? 그런데 이상하게 이런 구조 속에 있으면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신을 먼저 의심하게 된다. “내가 이것도 모르나?”, “남들은 잘만 하던데 왜 나만 이러지?” 같은 생각만 쌓인다.
근데 사실 남들도 잘 모른다. 그저 오래 다녀서 익숙해졌을 뿐이다. 틀려도 덜 쫄릴 뿐이다. 신입에게는 그 ‘익숙함’이라는 장치가 없다. 그래서 나는 가끔 상상한다. 만약 회사들이 신입에게 실수할 공간을 주고, 배우는 과정을 전제로 두고, 기본적인 것부터 챙겨준다면 우리는 지금처럼 매일 자괴감에 빠지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신입이 실수하는 건 당연한데, 이 당연함을 인정하지 않는 구조 안에서 신입은 오늘도 조용히 죄책감을 느끼며 하루를 견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