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옆집, 앞집을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사는 집고양이 같은 길고양이라 익히 눈으로는 잘 알고 있는 친구.
아마 이 근방에서 오전 시간에는 제일 해가 잘 들고 낙엽 이불도 푹신하게 깔려있는 우리 집 화단이 가장 따뜻한 곳으로 낙찰된 모양이다.
해가 옮겨 그늘이 찾아들 때까지 고양이는 그렇게 쉬다 간다.
언제 이만큼 자랐니...!
남편의 대학원 2학기가 시작된 이후로 아이들과의 외출은 내 몫이 되어간다. 아빠는 씽씽이 두대를 번쩍 들고 놀이터에 가서 전쟁놀이도 해주는데 비타민과 카페인을 필수 보충해줘야 하는 엄마에게 씽씽이는 너무 무겁고 전쟁놀이는 고사하고 아이들 노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도 큰 일이다.
엄마가 7살 4살 형제를 데리고 외출을 나가면
가급적 체력소진이 덜하고
틈틈이 급속히 떨어지는 에너지를 채워주는
쉼이 빠지지 않도록 동선을 짜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한 손에 한 명씩 손을 꼭 잡고
모자 셋은 용감하게
버스도 타고 트레인도 타고 시내로 나갔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많이 걷지 않아도 편하게 앉아서
거리풍경, 사람 구경을 할 수 있다.
창밖으로 휙휙 바뀌는 모습을 바라보느라 형제들은 조용하고 덕분에 엄마도 쉴 수 있다.
시내에 나오니 아들들은
할 게 없다고 집으로 다시 가자고 성화이다.
이대로 가기엔 아직 이 에너자이저들과 보내야 할 오후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급하게 주변을 돌아보니 마침 맞은편에 커피숍이 보인다.
흐릿한 구름이 낮게 깔려있고 바람도 스산한 오후에
따뜻한 커피라. 고민할 이유가 없다.
아이들과 함께 커피숍 이층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보드라운 우유거품이 살포시 앉은 카푸치노.
따뜻한 우유에 진한 초코큐브가 천천히 녹아가는 핫코코.
적당히 달아서 커피와 잘 어울리는 쿠키.
기분좋은 활기가 도는 작은 커피숍에 아이들과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시려니 문득 이만큼 형제들이 자랐다는 사실이 성큼 다가왔다.
활기 넘치고 목소리 크고 여전히 밥도 뛰어다니면서 먹는 아이들이지만
어느새 차곡차곡 자라서 이렇게 같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엄마에게 짧은 시간이나마 커피타임까지 줄 정도로 자랐구나... 하니 손에 모아 쥔 커피컵 보다 더 따뜻한 힘이 찰랑거리며 차오르는 듯했다.
물론 카푸치노 두 모금 이후 둘째는 마시던 핫코코를 다 쏟았고 화장실 가서 씻기고 부랴부랴 커피숍을 나서야 했다는 것이 이 짧은 휴식의 결말이지만
그래도 오랜 시간 나만의 휴식처럼 느껴지던 커피타임을 아들들과 함께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큰 선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