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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기는 즐겁고 영수증은 무섭다.

by 빛나는 지금

이스라엘은 전 세계적으로도 물가가 비싼 나라이다.


한 가지 예로

지금 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예루살렘의 오래된 아파트는

흔히 여기서는 그라운드 층이라고 부르는 1층에 거실과 방 하나로 이루어진 작은 투룸이다. 한 달 월세가 얼마일까?


비교를 위해 서울 투룸 월세를 찾아보니( 이스라엘의 수도인 예루살렘도 타 지역에 비해 더 비싸다.) 100만 원 내외라고 한다. 물론 서울 내에서도 편차가 클 것이다.


우리는 매달 150만 원씩 월세를 내고 있다. 다만 여기는 보증금은 따로 내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지방에서 살다 보니

처음 예루살렘에서 집을 구할 때 월세가 내 기준에서는 너무 비싸서 집 구하기가 참 쉽지 않았다.

집을 구하는 고된 과정에서 이스라엘의 고물가를 단단히 체험했다.


그리고 그다음 관문은 역시 장보기이다.

한창 크는 아이 둘을 챙기며 집세 다음으로 가장 돈이 많이 드는 영역은 부식비이다.


차가 없다 보니 일주일에 적어도 두 번 때로는 세 번도 장을 보러 가게 되는데 한번 장 볼 때마다 영수증을 보며 고물가를 꼬박꼬박 확인하게 된다.


대부분의 주부들은 공감하리라.


1. 꼭 필요한 것만 추리고 추려서 샀는데

늘 예산보다 많이 나온다.

2. 현금 몇 장으로는 도대체 살게 없다.


춥고 비가 이어지는 우기의 날씨 속에 딱히 갈 곳이 없어 아이들과 함께 한 마트 나들이.

마트를 몇 바퀴나 돌며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하고

가격표를 두 번 세 번 다시 보며

자체 가격 비교도 하고

계산대 앞에서 기어코 이미 고른 물건 중에 두 개나 빼냈음에도,

영수증은 무서웠다.


264.50 세켈

네 00 환율 계산기로 돌려보니 100,766원 여가 뜬다.

만만찮은 액수 앞에 살짝 한숨이 나온다.


그래도 장보기는 즐겁다.

무얼 샀나 봤더니

일단, 아이들 간식.

날이 급격히 추워져서 더 집에만 있게 되니

아이들의 입은 늘 심심하다.

먹었지만 자꾸 먹고 싶다.

심심하니 간식이 더 궁하다.


뮤즐리는 그냥 먹어도 맛있으니 과자 대용으로 괜찮다.

우유에 타먹으면 든든하게 식간에 먹기 좋다.

무설탕 귀리우유와 맛이 잘 어울린다.

브리또랩은 안에 치즈를 넣어 프라이팬에 치즈가 찐득하니 녹을 때까지 구워주면 쿼사디아처럼 맛있다.

아이들 손에 쏙 잡히는 빵과 블루베리잼도

참새처럼 배고프다며 입을 벌리는

아이들에게 쥐어주기에 좋다.


미역국이든 달걀찜이든 간단한 오이 무침이든

참기름이 빠지면 아쉽다.

반찬이 궁하고 궁할 때 간장 달걀 프라이 참기름의 조합은 한 끼 식사가 된다. 아무리 비싸도 참기름은 바로바로 채워준다.


버섯은 국물육수 내기에도 딱 알맞아서 늘 구비하고

김도 틈틈이 챙긴다.


얇게 슬라이스 한 닭고기와 참치.

미리 재워두면 반찬 고민 없이

구워내고 비빔밥으로도 내고

국도 끓여낸다.


다시 봐도 다 필요하고 유용하고 줄일 게 없어 보이는

아이템들이다. 역시 장보기는 즐겁다. 영수증은 마주하기가 늘 부담되지만 그럴 때면 한마디 툭 던져본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거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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