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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는 지금 Nov 14. 2023

마음을 지키지 못하면 생기는 일

내가 지닌 여러 가지 좋은 점이 있지만 유난히 싫은 점, 약점이 눈에 들어올 때가 있다. 마음을 지키지 못한 그런 날. 갑자기 추워진 날씨처럼 마음이 굳어버린 날. 쌩쌩 찬바람이 불어서 내 안에 그동안 덥혀둔 온기 머금은 이불들을 아무리 모아봐도 그 바람이 몰고 온 찬기를 덮어버릴 수 없는 그런 날. 그런 날은 거울 속의 내가 유난히 못생기고 얄궂게 보인다.


마음이 무너지면 몸을 지키기가 힘들다. 그동안 밀가루 및 쌀밥을 자제하며 좀 더 건강하고 무엇보다 내 몸이 편하게 느끼는 음식들을 찾아가며 나름 선별적으로 식사를 해왔다. 하루 종일 직장생활을 하며 따뜻한 물로만 배를 채우며 일과를 보내기도 했다. 그리고 퇴근 후 따뜻하게 밥을 차려 한 입씩 꼭꼭 씹어가며 내 안에서 그 음식들이 온전히 영양소가 되고 피가 되는 것을 생각하며 식사를 할 때면 오늘 하루도 잘 살아냈다는 안도감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그 다짐과 실천이 참 쉽게도 무저져버린다. 습관의 힘이 이다지도 중요한 것일까. 만약 어떠한 기분과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늘 그 일을 할 수 있어서 처음에는 내가 의지적으로 그 일을 선택하여 나의 인내와 수고로 그 일을 내 생활 속에 기어코 한 부분이 되도록 만드는 노력을 기울였다면 시간이 흘러 이제는 습관이 된 그 일이 무너지려고 하는 나를 붙들어주고 지켜주는 울타리가 되어 주는 것. 그것이 좋은 습관의 힘일 텐데 나의 건강한 상차림은 그 단계까지는 가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마음이 흔들리니 여지없이 내 일과를 건강하게 만들어주던 한 가지, 두 가지의 일들이 쉽사리 같이 무너져 내린다.


따뜻한 물 한잔을 천천히 마시며 하루를 시작한 것은 좋았다.

그러나 달달한 빵을 시작으로 초콜릿으로 코팅된 견과류를 지나 설탕 가득한 초코바로 나는 배를 채우기 시작했다. 그냥 건강한 한 끼 점심을 준비해 왔으면 좋았을 텐데. 웬 고집인지 오늘도 두 끼 금식을 해보고자 그냥 출근했다가 설탕으로 배를 채우고 있는 셈이다.


지금도 책상에 놓여있는 과자껍데기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아무렇게나 찢겨 내동댕이 쳐진 비닐 껍질들.

꼭 지금의 내 마음 같다. 세상은 그대로인데 내가 나를 함부로 대하며 그렇게 기분을 내동댕이 치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시작이었을까. 새벽녘 화장실에 다녀온 후 잠이 쉬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드는 생각들. 내가 살고 싶은 삶과 무엇도 가능해 보이지 않는 시간들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다 오늘은 이런 생각이 든다. 융통성이 없는 나의 사고방식이 모 아니면 도라는 식으로 지금의 상황을 자꾸 몰아가고 있다는 생각. 무 자르듯 선명하게 결정이 되고 딱딱 이루어지는 일들이 삶에서 그리 많은가. 시험을 치면 점수가 나오는 그 시절이 이제 까마득한 옛날인데 어른이 되었다는 것은 인생이 1 +1= 2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가는 시간이 아니던가. 그리고 더 나이가 들면 그렇게 각이 맞춰지지도 끝이 딱 떨어지지도 않는 인생이어서 연약한 내가 보호받고 용서받으며 살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 아닌가.


이제 이 글을 마치며 나는 두 가지 일을 하려 한다.


먼저는 나뒹구는 비닐껍질을 치우고 책상을 말끔하게 치우려 한다. 

그러고 나서 깨끗하게 이를 닦으려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작고 단순하고 반복적인 건강한 일 한, 두 가지를 포기하지 않고 해가는 것.

내 주변을 단정하게 정리하는 것.


그 작은 일을 놓지 않으면 내 삶의 뿌리도 나를 놓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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