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나는 지금 Oct 20. 2023

미니멀 라이프로 생활비 줄이기

성공했을까?

미니멀 라이프를 지속하고 있는 두 번째 큰 이유는 바로 생활비 줄이기이다.


복직을 하고 본격적으로 외벌이 워킹맘이 되고 나서 한 달이 채 지나기 전 나는 이런 생활을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몸과 마음은 동시에 피곤이라는 짐을 짊어지고 앓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몸이 녹초가 되면 마음은 이미 너덜너덜해진 이후라 집에 오면 아이들에게 먹구름 뒤에 잠깐 비친 햇살처럼 잠시 웃었다가 금세 짜증을 지으며 저녁일과를 후다닥 마무리하고 자기 위해 내달리며 두 번째 일터에서 종종거렸다. 


지속가능성이 없는 삶 같았으나 참 신기하게도 하루가 한 달이 되고 일 년이 지났다. 적응하기도 했고 주변의 전적인 도움을 받았기에 엎어지고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서며 걸어온 시간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나의 고민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늘 어떻게 하면 직장을 그만두고도, 외벌이인 나의 벌이가 없이도 우리 가정이 경제적으로 자립하여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다.


단순히 아직 미취학 아둘 둘을 키우는 워킹맘의 일상의 피곤함만이 이 반복되는 고민의 이유는 아니었다. 사십 줄에 들어서고 나는 사십춘기라도 맞이한 탓인지 내 삶에 대해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십 때 무렵에 어쩌면 대학을 고민하던 고3 수험생 시절에 할 법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직업이 과연 나에게 맞는 것인가?" " 나는 앞으로도 계속 ( 정년 전까지) 이렇게 살고 싶은가?"  현재에 대한 이런 고민은 결국 이 질문의 변주였다.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가장 기본적인 이 질문을 나는 사십이 되기 전까지 제대로 하지 않았다. 상황이 좋거나 싫었고 그 감정에 따라 가볍게 흔들리며 살아온 시간으로 대부분 채워진 시절들. 남들 보기 좋은 소위 말하는 평생직장이기에 이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직장을 꿈꾸지 못했다. 그리고 직장=삶이라는 공식을 세우고 살아왔기에 직장이 없는 삶도 꿈꾸지 못했다.


이렇게 상상력이 턱없이 떨어지는 사고를 강화시켜 준 부모와 어른과 환경 탓을 해서 무엇하랴.

결국 모든 것은 나의 선택이고 반응이었음을 인정한다.


여하튼 그 고민과 상상력이 사십 줄이 들어서 만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외벌이가 되어 아이들 둘을 키워야 하는 엄마가 되어서는.


어쩌면 막다른 골목이 다다랐기에 이제야 나의 전 존재가 경고등을 켜고 나에게 말을 하기 시작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잠들어 있던 나의 모든 상상의 세포를 깨우고 뒤흔들어서 누가 미리 짜준 각본대로도, 그어놓은 한계대로도 말고 스스로 선택하고 헤쳐나가는 자립의 삶을 이제는 정말 살아야 한다고 나를 깨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투자 관련, 부동산 관련 책을 닥치는 대로 빌려서 읽어도 보았다. 쉽게 쓰인 책들이지만 그럼에도 생소한 경제 용어들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다가 통장 쪼개기 등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시도도 해보았다.


그러나 책 몇 권 읽는다고 해서 임장을 다니고 당장 대출을 받고 부동산 투자를 하고 주식 공부를 시작할 수는 없었다. 나처럼 워킹맘이면서 주말을 이용해 임장을 다니며 부동산 투자에 성공한 분의 책을 읽으면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어디서 이런 용기와 추진력과 결단력 및 체력이 나오는 걸까. 절박함의 차이인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파이프 라인이 필요하다고 상상만 할 뿐 아직은 책 속의 그분들처럼 절박하지 않은 것이다. 여전히 직장에 의존하고 있고 월급에 기대어 살며 주변의 도움, 친정엄마의 반찬에 목을 빼고 사는 것이다.  그러니 그 책들이 던지는 도전에 무엇에도 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런 나에게 미니멀라이프는 하나의 가느다란 빛줄기를 비추어주었다.


그것은 물건 안 사기를 통해 실현가능한 "생활비 줄이기"였다. 


화장품을 안 사고 옷을 안 사고 생필품도 쟁여두지 않고.

책은 빌려서 읽고 옷은 물려받아서 입히고 

이왕 친정엄마표 반찬을 먹고 있으니 외식은 안 하고.

한번 산 물건은 수명을 다할 때까지 쓰고.



과연 이렇게 안 사고 안 쓰기를 하면서 생활비를 얼마나 줄였을까?


나는 종종 유튜브를 통해서 한 달 4인 가족 생활비 00원으로 살기 등의 영상을 본다. 그리고 놀란다.

비슷하게 안 사고 줄여서 사는데 우리 집 생활비는 별로 준 것 같지가 않아서이다.


주택 대출을 갚기 위해 들고 있는 적금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하게 아직 생활비 절약을 통해 저축의 효과를 보고 있지 못하다.


하지만 이 방향으로 앞으로도 이어가며 필요로 줄이고 그래서 사지 않아도 되어 생활비 자체가 줄어드는 삶으로 나아갈 계획인 것은 분명하다. 그리하여 아무래도 적극적 투자를 통해 파이프 라인을 마련하기는 힘들 것 같지만 돈 자체가 많이 들지 않는 미니멀 심플 라이프를 통해 향후 적은 돈으로도 생활이 가능한 삶을 만들어가고 싶다.


돈을 버니 돈을 쓰게 되는 위치에 살게 되고 그리고 버는 액수만큼 쓰는 정도는 결정되는 것 같다.


그러면 향후 돈을 벌지 않게 되면 나의 위치는 어디쯤 머무르게 될까?


정말 살아가는데 필요한 돈은 얼마큼 필요한 걸까?


분명한 건 돈이 많이 들지 않는 삶으로 나의 모든 일상을 맞추어가고 있으니


향후 그러한 삶을 맞이하게 될 때 좀 더 두려움 없이 담대하게 시작하고 싶다.


미니멀 라이프는 돈에 매인 삶이 아니라 돈을 주체적으로 활용하는 삶으로 나아가는 아주 유용한 삶의 방식이다. 그걸 이미 시작했고 지속하고 있기에 오늘도 직장에서 퇴근 시간을 기다리는 워킹맘으로 살지만 좀 자신이 생기는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나에게 미니멀 라이프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