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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는 지금 Oct 10. 2023

나에게 미니멀 라이프는.

미니멀라이프를 계속 이어가게 된 이유에는 크게 두가지가 있다.


그 중 첫번째 이유는 나는 살림을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늦은 나이에 결혼을 했고 감사하게 두명의 소중한 아이들도 만났다. 짧은 시간동안 장소의 변화가 잦았고 그 변화를 통과하면서 유형, 무형의 정착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었다. 결혼전에는 항상 집이 있었고 내 방도 있었지만 살림을 살 필요는 없었다. 늘 퇴근하고 돌아오면 따뜻한 집밥과 잘 정돈된 방과 이브자리가 날 기다리고 있었던 호강의 시절이었다.


그리고 결혼하고 처음 얻었던 남편 대학원 근처의 전셋집은 얼마 살아보지도 못하고 주말부부 살이가 이어졌고 그 이후 휴직을 하면서 거친 서울의 집도 예루살렘의 기숙사도 모두 안정된 정착의 느낌을 주지는 못했다. 물론 결혼전과 다르게 이제 나는 주부가 되어 살림을 시작했지만 일단 내가 살림요령에 서툰탓이 클 것이고 나와 장소가 서로 맞춰갈 물리적 시간도 역시 부족했다. 그 각각의 곳에서도 나는 살림다운 살림을 꾸려가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러다 고향으로 내려와 직장 가까이에, 친정 가까이에 내집이라는 것을 처음 마련하고 차츰차츰 나는 주부로서 살림의 의미를 천천히 발견하게 되었다.


밥을 짓고, 식사를 마련하고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고 정리를 하고 다림질을 하고. 하고 하고 하고의 일상은 "살고"의 다른 표현같았다. 그 만큼 살림은 늘 이어지고 반복되는 일상이고 나와 내 가족이 같이 살아가는 모든 과정이었다. 똑같은 살림같았지만 지나고 보면 아이들이 자란만큼 그리고 내가 조금씩 그 장소를 익히고 살림에 익속해지는 만큼 조금씩 달라지고 성장해있었다.


너무 늦게 결혼했고 너무 오래 학교와 직장만 오고가서였을까.


나에게는 여전히 살림은 새롭고 낯설다. 그런 살림을 나는 내가 해오던 방식대로 책을 읽으며, 검색을 해가며 , 남들  하는 것을 틈틈히 넘겨다보며 배우고 있다. 그리고 나다운 살림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일 것이다.


미니멀 라이프는 내 집이라는 공간에 나다운 살림을 만들어가는 가장 빠르고 효과있는 방식이었다.


처음으로 우리 집을 마련하고 얼마 안있어 복직을 하게 되면서 내 집과 내 살림은 바로 내 손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물론 집은 늘 그자리에 있었다. 그러나 그 안을 채우는 색깔, 냄새, 분위기. 유형의 집이 품은 무형의 집이라는 공간의 의미는 내가 만들어 갈 수가 없었다. 


밥과 식사는 같은 아파트에 사시는 친정엄마의 손에,


그외, 빨래나 청소는 남편의 손에.


각각 넘어갔다.


피곤하다보니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도 장난감, 유트브, 혹은 그저 옆에 멍하니 앉아 있어주는 시간으로 대체되었다.


직장맘으로 도움을 받지 않고는 이어갈 수 없는 생활인 것은 분명했지만 그래서 감사해야하는것도 당연했지만  나는 내 집에서 내 손으로 직접 살림을 살고 싶었다.


단순히 식사준비를 안해도 되고 청소 등 힘든 집안 관리를 안해도 되니 몸이 편안해서 좋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었다. 나에게는 내 삶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이끌어가는 주체성의 문제였다.


직장을 그만둘 수 없었고 살림을 직접 살 수도 없었다.


그렇게 살림을 하고 싶으면 퇴근해서 열심히 밥짓고 청소하고 세탁기를 돌리면 안되느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역시 호강에 겨운 소리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우리 친정엄마도 한평생 직장을 다니셨고 살림은 같이 사셨던 첫째이모가 많은 부분 도와주셨기에 우리는 따뜻한 집밥과 도시락을 늘 먹을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나는 나 역시도 그 사이클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 힘들었다. 달갑지 않았다. 딱히 내가 살림에 재주가 있다거나 고전적 의미의 현모양처를 꿈꾼다던가 하는 게 아니었다. 사실 거리가 많이 멀다. 그러면 나는 왜 그다지도 내가 집에서 스스로 살림을 살고 내 집을 내 뜻대로 꾸려가지 못하는 것이 힘들었던 것일까. 


너무 막연한지도 모르지만 나에게는 내 삶의 선택의 자유, 스스로 일상을 만들어갈 자유가 너무나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때도 지금도 직장에 매여있고 주변의 도움 및 간섭은 피할 수가 없다.


그런 나에게 미니멀라이프는 자유를 주었다.

지금 우리 거실에는 아무것도 없다. 텅 빈 거실은 아이들의 놀이터다. 

휑한 그 공간은 나에게 스스로 만들어내는 변화의 힘을 보여주는 하나의 분명한 증거이다.


아무것도 없는 그 공간을 내가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었고 이제 다시 채울 자유도 온전히 내 것이라는 사실.


그게 날 붙들어준다. 


지금 당장은 안되지만. 앞으로 이렇게 하나씩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이  내 안에 있다는 것,


그 힘이 원래부터 내게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 바로 미니멀 라이프를 지속하고 있는 첫번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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