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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지키지 못하면 생기는 일

by 빛나는 지금

내가 지닌 여러 가지 좋은 점이 있지만 유난히 싫은 점, 약점이 눈에 들어올 때가 있다. 마음을 지키지 못한 그런 날. 갑자기 추워진 날씨처럼 마음이 굳어버린 날. 쌩쌩 찬바람이 불어서 내 안에 그동안 덥혀둔 온기 머금은 이불들을 아무리 모아봐도 그 바람이 몰고 온 찬기를 덮어버릴 수 없는 그런 날. 그런 날은 거울 속의 내가 유난히 못생기고 얄궂게 보인다.


마음이 무너지면 몸을 지키기가 힘들다. 그동안 밀가루 및 쌀밥을 자제하며 좀 더 건강하고 무엇보다 내 몸이 편하게 느끼는 음식들을 찾아가며 나름 선별적으로 식사를 해왔다. 하루 종일 직장생활을 하며 따뜻한 물로만 배를 채우며 일과를 보내기도 했다. 그리고 퇴근 후 따뜻하게 밥을 차려 한 입씩 꼭꼭 씹어가며 내 안에서 그 음식들이 온전히 영양소가 되고 피가 되는 것을 생각하며 식사를 할 때면 오늘 하루도 잘 살아냈다는 안도감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그 다짐과 실천이 참 쉽게도 무저져버린다. 습관의 힘이 이다지도 중요한 것일까. 만약 어떠한 기분과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늘 그 일을 할 수 있어서 처음에는 내가 의지적으로 그 일을 선택하여 나의 인내와 수고로 그 일을 내 생활 속에 기어코 한 부분이 되도록 만드는 노력을 기울였다면 시간이 흘러 이제는 습관이 된 그 일이 무너지려고 하는 나를 붙들어주고 지켜주는 울타리가 되어 주는 것. 그것이 좋은 습관의 힘일 텐데 나의 건강한 상차림은 그 단계까지는 가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마음이 흔들리니 여지없이 내 일과를 건강하게 만들어주던 한 가지, 두 가지의 일들이 쉽사리 같이 무너져 내린다.


따뜻한 물 한잔을 천천히 마시며 하루를 시작한 것은 좋았다.

그러나 달달한 빵을 시작으로 초콜릿으로 코팅된 견과류를 지나 설탕 가득한 초코바로 나는 배를 채우기 시작했다. 그냥 건강한 한 끼 점심을 준비해 왔으면 좋았을 텐데. 웬 고집인지 오늘도 두 끼 금식을 해보고자 그냥 출근했다가 설탕으로 배를 채우고 있는 셈이다.


지금도 책상에 놓여있는 과자껍데기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아무렇게나 찢겨 내동댕이 쳐진 비닐 껍질들.

꼭 지금의 내 마음 같다. 세상은 그대로인데 내가 나를 함부로 대하며 그렇게 기분을 내동댕이 치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시작이었을까. 새벽녘 화장실에 다녀온 후 잠이 쉬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드는 생각들. 내가 살고 싶은 삶과 무엇도 가능해 보이지 않는 시간들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다 오늘은 이런 생각이 든다. 융통성이 없는 나의 사고방식이 모 아니면 도라는 식으로 지금의 상황을 자꾸 몰아가고 있다는 생각. 무 자르듯 선명하게 결정이 되고 딱딱 이루어지는 일들이 삶에서 그리 많은가. 시험을 치면 점수가 나오는 그 시절이 이제 까마득한 옛날인데 어른이 되었다는 것은 인생이 1 +1= 2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가는 시간이 아니던가. 그리고 더 나이가 들면 그렇게 각이 맞춰지지도 끝이 딱 떨어지지도 않는 인생이어서 연약한 내가 보호받고 용서받으며 살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 아닌가.


이제 이 글을 마치며 나는 두 가지 일을 하려 한다.


먼저는 나뒹구는 비닐껍질을 치우고 책상을 말끔하게 치우려 한다.

그러고 나서 깨끗하게 이를 닦으려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작고 단순하고 반복적인 건강한 일 한, 두 가지를 포기하지 않고 해가는 것.

내 주변을 단정하게 정리하는 것.


그 작은 일을 놓지 않으면 내 삶의 뿌리도 나를 놓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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