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 고수분들이 하나 같이 입 모아 추천하는 살림팁 하나는 바로 마트 가기전에 미리 냉장고 안에 남은 식재료를 확인하고 사야 할 식재료의 목록을 구체적으로 적어보라는 것이다, 이렇게 할 경우 이미 냉장고에 있는 식품과 중복될 일도 없고 마트에서 충동구매로 이어질 위험도 훨씬 줄게 되니 절약도 되고 계획성 있는 가계 운영이 한층 수월해진다.
안타까운 것은 아직 내가 이렇게 미리 일주일치 식단을 구성하고 예산을 세운 후 그에 맞추어 사야할 식재료 목록을 적고 구매하는 이 '야무진' 살림법을 잘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역시 누구에게나 추천할만한 좋은 것은 그게 살림법이든, 공부법이든 언제나 성실하게 꾸준히 실천하여 습관으로 만드는 시간과 노력이 드는 법이다. 아직 나는 좀더 차근차근 내 살림을 돌보며 배우고 익혀야 할 것들이 참 많다. 사실 그래서 재미도 더 있다.
어제는 일주일만에 마트를 들렀다. 쇼핑 목록을 미리 작성하지는 못했지만 냉장고와 찬장의 현황은 파악해뒀고 향후 3~4일간 분명 쓰게 될 식품 목록을 머리 속에 마인드맵으로 대략 스케치를 한 후, 장바구니 하나 챙겨들고 늘 가는 마트로 향했다.
일단, 나의 기본 쇼핑 기준은 크게 이러하다.
1. 물건을 미리 사지 않는다. 일주일에 한번은 내가 마트에 들르고, 과일은 남편이 좀 떨어진 아랍 시장에 가서 2번 정도 사온다. 그래서 나는 3~5일 안에 꼭 사용하게 될 식재료만 구입한다. 채소든, 냉동 식품이든 일주일 이상 냉장고에 머물게 되는 식재료는 없도록 신경을 쓴다.
2. 기본 식재료에 충실한다.
감자, 당근, 양파, 양배추, 마늘, 버섯, 파 등 늘 쓰는 기본 식재료 위주로 구매한다. 닭고기, 달걀, 참치가 주 단백질원이 되고 근래에는 냉동 가자미로 품목이 조금 확장되었다. 새로운 야채나 치킨너겟 혹은 훈제연어 등 눈길을 빠르게 끄는 매력적인 식재료들은 늘 있지만 구매로 잘 이어지지는 않는다. 가격도 비싸지만 새로운 식재료는 새로운 레시피가 필요하고 이는 또 다른 양념이나 부대 재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심플하게 늘 쓰던 식재료로 비슷한 요리법을 활용하는 것이 내 미니멀키친의 큰 방향이다.
어제 구매한 품목들이다.
고추와 대파 그리고 마늘. 양념장 없이도 풍미와 매운 맛을 더해주는 고마운 식재료. 늘 구비해둔다.
양송이 버섯. 버섯은 육수를 내는데도 좋다. 통통하고 탱글탱글한 양송이 버섯은 어디에나 맛이 잘 어울리고 식감도 좋다.
부리또를 처음 구매했다. 집에서 피자를 만들 때 써보려고 한다.
필수재인 달걀과 참치. 피자와 파스타를 만들 때 쓰는 치즈. 가끔 달걀말이 안에도 넣어준다.
통조림 올리브. 개봉해서 전에 썼던 유리병 안에 옮겨넣었다.
두부. 우리나라 두부처럼 대두만 들어간 심심한 맛이 된장국 등에 딱인데 여기는 주로 샐러드용이나 건강간식 정도로 먹으니 두부에 다른 허브나 채소가 가미되는 경우가 많다. 고추맛 두부도 있다. 그래도 두부는 얼마나 반가운 식재료인지. 냉큼 장바구니에 담는다.
늘 마시는 디카페인 커피가 없다. 그러다 발견한 자연 식물식 귀리 커피믹스. 디카프는 아니지만 우유가 아닌 귀리로 대체한 자연 식물식 커피라니. 마침 커피는 꼭 필요하고 맛도 궁금해서 담아본다.
아이들 과자. 통밀 허니 프리첼, 토마토 올리브 오일 맛이 가미된 칩, 토마토 파스타 맛이 나는 스틱.
통밀에 non gmo, 팜유가 아닌 올리브유 사용, 진짜 꿀 가미.
일반 과자보다 용량대비 가격은 비싸지만 좀 더 영양이 좋은 먹거리를 고르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나의 일주일 장보기를 마무리했다.
중간 중간 남편이 무게가 나가는 과일 및 채소는 보충을 해준다.
걸어서 오고가는 장보기는 내가 딱 들고올 수 있을 양 정도만 쇼핑하도록 하는 나름의 제한 장치로서도 기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