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 테라스

by 조효복

선인장 테라스



보기에 좋은 마음입니다

당황스러운 건 잠깐이고요

포장지 바깥으로 축하가 넘칩니다

받아 든 꽃바구니에서 붉은 플라밍고가 뛰쳐나와요

마젠타 빛 부리가 꽃을 물고

장식용 리본을 달고 뛰지요

저편의 명랑한 웃음은 여전히 환합니다

이곳은 잉카와시섬이 아니에요 당신이 보입니다

층고가 높고 채광이 좋아 나는 투명에 가까워요

진심이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없다는 사실은 더 잘 보이게 하죠

창밖은 소금 사막도 초원도 아닌데

거짓은 자꾸 확인하게 만듭니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안부를 물어 옵니다

건네오면 받아야 하는 성의는 오해가 되기도 하는데

날카로워지기로 했어요

이런 고립은 피를 고이게 합니다

강렬한 아이를 낳고 또 낳아서 나를 지켜요

고인 슬픔 뒤에 붉게 터지는 꽃 하나로 충분하죠

돌아선 뒤에 손을 내미는 반칙은

먼저 무너지게 하려는 아이의 놀이 같아

나를 잠그고 나를 듣습니다


가시를 키우며

좁게 구부러진 골목이 전부인 테라스에서

치명적인 그곳을 지웁니다




월간『모던포엠』2025. 신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