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발생하는 밤

by 조효복

파도가 발생하는 밤




물속의 페달을 밟으면

번져오는 물무늬들의 낮고 깊은 하울링이 느껴져


내 몸을 일그러트리는 파동

녹턴이 흐르는 발밑은 가늠할 수 없이 아득하군요


건물 옥상 가장자리에 매일 서 있습니다

발은 어제보다 조금씩 뒤로 물러나 있고


완성되지 못한 악보는 공중을 떠다니다가 사라지겠죠


물길을 놓친 물고기처럼 귀 기울입니다 들려오는 저 소리는

실패한 무대와 객석을 오가는 함성이거나 야유일까요


비상과 추락은 같은 모양을 한 다짐일 테죠

나를 잡아끄는 불길한 허공에서 바닥을 상상합니다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

잘 펼친 날개로도 추락하는 건 환호의 무게 때문일까요

무대는 박수를 가진 자들 것만은 아닌데


막을 내린 무대가 적막을 끌어안듯이

죽지 않고도 고인 물 위로 파도가 발생하는 밤


그림자가 먼저 뛰어내립니다

떠미는 것 없이 떠밀려

형체 없이 우는 악기

나는 매일 뛰어내리고 있습니다




월간『모던포엠』2025.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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