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아이의 영어에 집착하는가

나는 요즘도 여전히 엄마표영어에 몰두하고 있다. 

영어동영상을 함께 보고 영어책도 읽고 간단한 대화는 영어로 나누기도 한다.

문득, 나는 '왜 이리도 아이의 영어에 목을 매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영어란 '자신감'이다.

좀 더 파헤쳐보면 '우월감'이란 감정이 숨어있다.

누군가 회의자리에서 영어로 유창하게 말을 하면, 나는 한없이 작아지고 그 사람은 한없이 커져 보인다.

말 그대로 나는 쭈그리가 되어서 그 시간만이 끝나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린다.

그래서 아이에게는 이런 감정은 느끼지 않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다시 생각해 보면 우리 아이가 뒤처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을 것이다. 특히나 영어에서.

나는 수학이나 과학 같은걸 꼭 잘해야 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사회에 나가서 수학이나 과학 같은 걸 잘해도 그다지 티 낼일이 많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영어는 금방 티가 난다.

게다가 여전히 영어를 잘한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내가 자랄 때에 비하면 영어를 잘하는 아이들이 더 많아지기는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영어를 유창하게 잘하는 아이들이 넘치는 것도 아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나는 아이가 영어를 잘했으면 한다.

다행히도 아이는 아직까지는 즐겁게 영어를 한다.

아이의 어휘력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아니지만, 이제 아이는 본인이 아는 수준의 단어와 문장을 조합해서 영어로 의사표현을 하고 싶어 한다.

나와 질문을 주고받으며 답하고 싶어 하고, 그것을 놀이 중 하나로 생각한다.

요즘의 나는 늘 머리를 싸매며 아이가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영어를 잘할 수 있게 될지를 고민한다.

영어에 대한 고민만큼 요리에 힘을 썼다면, 나는 이미 장금이가 되었을 것이다.

그 정도로 나는 거의 매일 아이의 영어에 대해 고민한다.

틈만 나면 인터넷 서점이나 블로그 등을 뒤져서 괜찮은 영어책이 없는지 찾아본다.

리더스북은 언제쯤 읽는 것이 좋은지, 파닉스는 꼭 해야 하는지 등의 정보를 수집한다. 

틈틈이 넷플릭스 키즈 카테고리를 뒤져서 새로 나온 영상도 확인한다.

육아 선배들이 본다면 그렇게 해봤자 초등학교 3, 4학년쯤 가면 다 비슷해질 텐데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하겠지만 말이다. 

어쩌면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지도 모르겠다.

뜻하지 않게 아이가 영어를 익히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서 느끼는 희열을 부정하지는 못하겠다.

'너 정말 잘하고 있는 거냐'

나에게 물어보는 이 질문에 나의 대답은 글쎄 잘 모르겠다.

다만 '나름 열심히 하고 있어, 노력 중이야'라고는 대답할 수 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