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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Teacher Jul 27. 2023

마음의 신호를 무시하니 몸이 아픕니다

마음이 내 맘대로 안 되니 몸도 그렇습니다.

 병가는 병이 마음대로 하였지만 복직만은 내 뜻대로 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복직을 하였다. 매일 미션과 같은 하루를 보내며 나는 아직 몸과 마음이 준비가 되지 않았음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꼈다. 복직을 하기 전에는 다시는 교사를, 예전의 도전들을 하지 못 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가장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복직을 하고 나니 그것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전과 다른 나를 느끼고 좌절하는 것이 정말 나를 옭아매기 시작하였다. 그럴 때면 나는 장미 덩굴에 몸을 죈 것처럼 꼼짝 할 수 없다.


 생각해 보니 그러한 마음이 들 때 더 많이 몸이 늘어졌고 어지러웠다. 꼼짝도 할 수 없을 만큼 몸은 늘어졌고 번데기 방을 찾아 헤맸다. 그 누구도 이런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다. 수업을 끝내고 아무 일 없는다는 듯 교무실에 앉았다. 목 끝까지 차오르는 울음과 무력감을 숨기려 더 밝게 웃고 시시껄렁한 농담을 건넸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하이에나처럼 유치원 여기저기를 어슬렁거렸다. 그렇게라도 나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내가 아주 쓸모없는 존재라는 씨앗이 자라나고 있었다.  표정과 마음의 괴리감은 점점 나를 괴롭혔다. 주변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는데 그런 내 모습조차 너무 별로였다.


 그럴 때면 나는 병가 직전의 일을 떠올린다. "늘(수업) 뭐 할 거야?"라는 동료교사의 말에 "오늘은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하며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었던 일이었다. 나도 왜 울었는지 모르겠다. 그런 일들이 잦아지면서 점점 걱정해 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건강검진 언제 헸어요? 몸이 심상치 않아요 조만간 해보세요. 너무 걱정돼서 그래요."라며 출근길 눈 마주치며 이야기해 주기도 하고 "어제보다는 생기가 좀 도네 그래도 무리하지 마요. 내 진짜 그 반 앞을 지나갈 때마다 쓰러질까 봐 자꾸 보게 된다." 하며 하루하루 살펴주기도 하였다. 그 말을 듣고 딱 2주 후 나는 돌발성 난청으로 병가를 쓰고 청신경 종양을 선고받았다.


 그러고 나면 마음이 좀 편안해진다. 그때보다 나는 지금 낫기 때문이다. 아주 발병 이전과 비교하면 슬프게도 내가 손 발이 묶여있지만 발병 직전을 생각하면 나는 희망적이다. 물론 몸이 아닌 마음이 말이다.


 확실한 건 마음이 먼저 신호를 보내주었다. '너무 지쳐 휴식이 필요하다. 좀 쉬어야 한다. 나만 우선 생각하고 주변의 스위치를 꺼야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나는 그 신호를 채찍질로 생각했다. '내가 나약해질 시간과 여유가 있나 봐.'하고 말이다.


 이제 마음을 먼저 돌볼 수 있으니 몸은 조금씩 회복할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어제보다 숟가락 1개만큼만 많아지기를! 그것이 내가 돌발성 난청과 청신경 종양을 겪으며 배운 것이다. 몸과 마음과 내가 비슷한 속도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법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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