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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채현 Nov 15. 2023

먼지 요일

2023 아르코문예창작기금 발표지원 선정작

먼지 요일 4화

“너희, 방송 못 들었니?”

선생님이 멀찍이서 소리쳤다. 

“선생님, 받으세요.”

경진이가 축구공을 뻥 날렸다. 얼결에 공을 받은 선생님이 머뭇거렸다.

“아이참, 선생님 이쪽으로 공을 차야지요.”

우주가 만세를 부르며 펄쩍거렸다. 선생님은 코에 주름을 잔뜩 세우더니 뻥, 공을 날렸다. 

“우아, 우리 선생님 슈팅! 짱!”

다경이의 칭찬에 선생님이 싱글거렸다. 우주가 달려가 공을 받았다. 경진이가 공을 가로채 골로 달려갔다. 

“선생님, 막아야 해요.”

찬이가 방방 뛰었다. 선생님은 긴치마를 펄럭거리며 골대로 달려갔다. 이마엔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숨소리가 거칠었다. 뿌옇던 운동장에 흙먼지가 푸석푸석 일어났다. 찬이가 받은 공을 힘껏 찼다. 가람이 복제 로봇이 펄쩍 뛰어올라 가슴으로 축구공을 받았다. 경진이가 재빨리 골로 연결했다.

“와아! 골인!”

“일 대 일입니다.”

경진이가 두 팔을 벌리고 빙글빙글 운동장을 돌았다.

“에엥-----, 운동장에서 노는 어린이 당장 교실로 들어가세요.”

선생님이 뛰다 말고 멈춰 섰다.

“아참! 얘들아 이런 날씨에 밖에서 놀면 안 되는데….”

모두 숨을 쉭쉭 몰아쉬며 교실로 돌아갔다. 앞서 걷는 선생님 어깨가 축 처졌다. 

“어? 가람이 복제 로봇이 이상해.”

우주가 우뚝 멈춰 서서 말했다.

가람이 복제 로봇이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걷다가 어깨를 들썩이며 낄낄거렸다. 

“어. 정말이네. 왜 저래?”

가람이 로봇이 무릎을 꿇더니 앞으로 풀썩 쓰러졌다. 선생님과 아이들은 가람이 로봇을 일으켰다. 선생님이 복제 로봇 가슴에 있는 호출 버튼을 눌러 수리 센터에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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