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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은 요양원 비용을 대기 위한 것?

by 위드웬디

시부모님과 친정 부모님께서 편찮으실 때 좋은 시설의 요양원에 모시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저 또한 나이가 들어서 시설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 요양원에 가야겠다고 생각했고요.


아이들이 사회에 나올 때까지 필요한 비용과 부모님들의 요양원 비용, 저희 부부의 요양원 비용을 생각하니 정말 큰돈이 매달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왔어요.

하루라도 젊을 때부터 준비해야 다른 이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안정적으로 살겠구나 했지요.


요양원에 모시지 말고 내가 직접 모시겠다는 생각은 제외합시다. 20대 중반부터 가벼운 우울증을 달고 살았던 저였기 때문에, 편찮으신 부모님들을 모시고 하루종일 집에서만 지내야 한다면 제가 먼저 세상을 등지고 싶을 것이 뻔해요.

그건 아무도 원하지 않는 결과니까요. 코로나 시기에도 밖에 나가지 못하다가 우울이 극도로 치달았던 걸 이미 겪었고요.


출처: Ittehaad e Ummat


지극히 안정적인 것을 좋아하면서도 성격이 급해서 당장 눈앞에 수익이 될 것들을 쫓아다녔어요. 잡을 수 있었던 기회를 아깝게 놓치면 후회하느라 몇 달씩 끙끙 앓기도 했어요.


모두가 이렇게 살아가는 줄 알았어요. 노후 준비를 위해 열심히 모으고, 남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게 가장 성실한 삶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러다가 부동산 침체로 현금 8억 원 가까운 돈을 잃고 짜 폐인이 되었어요.




인생의 의미를 잃은 것 같았어요.

불면증으로 매일 새벽마다 미친 듯이 걸으면서 하늘을 원망하고, 책을 읽으면서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는 근거를 찾으려고 애썼어요.


내가 진짜 원했던 게 무엇이었기에 이렇게 미친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을까?


양가 부모님의 요양원 비용을 내가 부담하지 못한다고 해서 내 삶의 이유가 없는 게 아닌데,

양가 부모님이 남들 앞에서 나를 자랑스럽게 내세우지 못한다고 해서 내가 없어져야 하는 건 아닌데,

내가 나이 들어서 나와 남편의 요양원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고 해서 죽어 마땅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닌데,

내 삶의 이유를 스스로 '죽음을 준비하기 위해 돈을 버는 것'으로 몰아가고 있었구나.


삶의 이유를 '삶'에 맞추기로 했어요.

어쩌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짐을 내려놓아서일 수도 있어요.

양가 부모님이 요양원에 가셔야 한대도 지금 당장은 그 비용을 감당할 능력이 턱없이 부족하니까요.


부모님들의 주택연금을 활용하든 어떤 방법으로든, 친척분들이 수군거리고 남들이 욕한다는 이유로 마음에 피 흘리는 것보다는 내가 사는 게 중요하지요.

내가 모두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로 나 자신을 찌르지 않으려고요.




4년 전에는 2년 전의 제가 그토록 폐인이 될 줄 몰랐고,

2년 전에는 지금의 제가 작가가 될 거라고 전혀 몰랐어요.


10년 후 부모님들이 어떠하실지 모르고,

30~40년 후 내가 어떻게 살고 있을지 알지 못하니, 그때 할 걱정을 지금 끌어와서 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노후 준비를 미리 하는 것은 당연히 좋은 일이나,

준비를 하지 못했다고 지금의 저를 찌르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누군가 섣부른 말로 나를 찌르려고 한다 해도 막아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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