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아이가 제 발을 밟았습니다.
중심을 잡지 못한 아이가 제 발목부터 신발까지 쓸어내리듯이 밟았기 때문에 쓰라린 느낌이 꽤 있었습니다.
아이의 "죄송합니다" 말을 기다리면서, 물끄러미 아이를 바라보았습니다.
열 살쯤 되어 보입니다. 안절부절못하는 얼굴이 안쓰럽습니다.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 것 같았습니다.
이럴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표정에 '죄송합니다, 하면 돼.'라고 말하려는 찰나, 제 뒤에 있는 사람이 아이에게 말을 합니다.
"중심을 잘 잡아야 넘어지지 않지."
아이의 엄마였을 겁니다.
아이를 계속 보고 있었다면, 아이가 제 발을 밟았음을 눈치챘을 겁니다.
발을 밟힌 순간 제가 헉! 하면서 다리를 쓰다듬었고, 위를 올려다보며 아이를 보았거든요. 한참 동안 안절부절못하는 아이를 보아도 그렇고요.
아이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잇슈 작가님의 글이 떠올랐습니다.
'죄송합니다 하고 말해야지'라는 잇슈님의 타이름이 무색해지도록, 아이 엄마가 깔깔거리면서 '죄송합니다, 해~'라고 했다는 글.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엄마 눈치를 보는 아이를 보며, 부디 이 모습이 일반적이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적절한 언어와 행동으로 표현해서 다른 이들과 어울려 잘 살아가도록 하는 게 교육의 목표인데.
이 엄마들은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을까요?
감정을 알아차리는 여유를 주지 않은 채 빠른 연산을 연습시키고,
적절한 언어를 구사하기 위한 책 읽기와 글쓰기 대신 영어 단어를 외우게 하는 건 아닌지.
미국의 한 여론조사에서 "가장 돈 되는 말은 I'm sorry이다."라는 결과가 있었다고 합니다. 고소득자들이 저소득자에 비해 사과를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고도 하고요.
그러니 아이를 돈 많이 버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은 엄마라면 '미안해'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아이 스스로,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게 해야지요.
똑똑하고 돈 많이 버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 엄마나,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었을 때 먼저 사과를 할 수 있는 사람다운 사람으로 키우고 싶은 엄마 모두에게,
진심을 담은 미안함을 표현하도록 하는 교육이 옳은 방향임은 일치할 것입니다.
+ @
제가 그 엄마였다면 아이에게 사과를 시키고, 저 또한 함께 죄송하다고 했을 거예요.
"아이고, 죄송합니다. 제 아이가 발을 밟은 것 같은데 혹시 많이 아프지 않으세요?"
말하는 데에 5초도 안 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