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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드웬디 Jun 01. 2024

그 하루는 몇 년 어치였을까

마이너스 프리미엄으로도 팔리지 않는 분양권을 억지로 잔금 치르고 인테리어를 알아보면서,

임대료보다 수백만 원 더 높은 대출 이자를 매달 납부하면서,

그나마 있던 임차인이 나가겠다는 소식에 부동산에 연락을 하고 "매매는 아예 없고, 임대료도 더 낮춰야 해요."라는 말을 들으면서,

그 지식산업센터들을 매수하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던 하루하루들로 인해
제 삶의 시간을 얼마나 더 희생해야 하나 싶습니다.

아무리 가계약금 일이천만 원이 아까웠다고 하더라도, 계약서를 쓰기 전에 들었던 쎄했던 그 느낌을 무시하지 않았다면
7~8억 원을 날리고 내 인생을 2년 넘게 진흙탕에서 보내지는 않았을 텐데.

그리고 언제까지일지 알 수 없는 회복의 날을 기다리며 허덕이고 살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영화 <웡카>에서도 지하 세탁소에 갇혀서 일하는 동료가 "작은 글씨를 확인하지 않고 싸인을 해서 년을 여기서 보내야 하는 거죠."라고 후회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잠깐의 판단 착오로 인해 인생의 소중한 시간을 몇 년이나 감옥 같은 곳에서 일하며 낭비하게 된 자신을 탓합니다.




제가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까지  개월 동안이나 어리석은 욕심으로 판단 능력이 떨어져 있었음을 압니다.

그리고 어리석은 욕심이 생기기까지도 마음을 올바르게 사용하지 못한 오랜 시간이 있었겠지요.

웡카에서도 계약서를 살피지 않고 함부로 서명하는   데까지,

숙박비가 이상하리만큼 저렴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 데까지

수많은 시간을 생각 없이 살아왔을 거예요.

그 시간들이 모여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순간'이라는 찰나가 되었고
인생의 몇 년을 고통 속에 살게 된 것이고요.





'오늘 하루를 올바르게 잘 살아내면 됩니다'라는 말은 마치 하루살이처럼 별다른 목표 없이 소시민적으로 살아도 된다는 뜻이 아니에요.

하루가 아니라 찰나를 잘못 살아도 인생 전체가 나락으로 빠질 수가 있기 때문에,


'하루'라는 짧은 시간도
선한 마음 뿌리를 가지고 '올바르게'
허투루 보내지 않고 지혜롭게 '잘 살아야 한다'라는

단어 하나하나에 모두 힘을 주어서 하는 말입니다.

생각 없이 잘못 보낸 하루로 인해
인생의 소중한 몇 년, 몇십 년을 값으로 치러야 할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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