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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드웬디 Jul 21. 2024

넘어진 이후의 삶은

투자에서 고배를 마신 후의 삶은

결혼까지 생각할 정도로 사랑한 사람과의 이별 후와 비슷합니다.


삶의 거의 모든 부분에 흔적이 남아 있고,

꿈꾸었던 미래를 모두 바꿔야 하고,

한동안은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몸과 마음이 다 아픕니다.


그렇지만 다시 더욱 멋진 사람을 만나서 살아가듯이,

그냥 기억에만 남은 옛사람이 되듯이,

이별 한 번 했다고 세상 끝나는 것 아니듯이,


잘못한 투자로 인해 넘어졌다고 해서

세상 끝나지 않습니다.

조금 다른 삶을 살 뿐이에요.많은 경우에 예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도 하고요.




넘어졌음을 인정하는 데까지 참 오래 걸렸습니다.


냄비 안의 개구리에게 갑자기 뜨거운 물을 부으면 뛰어나가서 살지만,

서서히 온도를 높이면 개구리는 그 자리에서 나올 생각도 못 하고 견디다 죽는다고 하지요.


상황이 나아질 거라는 믿음과

투자를 잘못했다는 자책이 뒤범벅이 되어서 내 몸이 익어가는 줄도 몰랐어요.


견디다 보면 나아지겠지..를 2년 넘게 하면서

뾰족한 해법도 찾지 못하고요.


워낙 변화에 적응이 느린 달팽이 아줌마라서 그 시간이 걸렸다고 하기엔

심하게 오랫동안 문제를 방치한 거죠.


좀 더 빨리 대처했다면 손해 규모를 많이 줄일 수 있었겠다는 아쉬움이 이제서야 듭니다만,그땐 2024년 7월이라는 시간은 나에게 존재하지 않을 거라는 어리석은 생각이 온통 머릿속에 가득할 때였으니까.. 지금이나마 대책을 강구하자고 눈을 반짝 뜨는 게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삶을 처음부터 사는 것처럼 모두 리셋!

예전에 꿈꾸었던 모든 목표,

아이들에게 해 주겠다고 생각했던 혜택,

삶의 순간 하나하나, 생각 하나하나 모두 리셋했습니다.



좋은 입지의 좋은 환경, 새 집을 장만해서 오래오래 살아야 좋은 삶이라는 생각을 버립니다.


해체되지 않고 온전한 가정에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기만 해도 감사하다고 생각합니다.


내 집이 아니어도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있음에 감사합니다.

지구상에 내 집 한 칸이 없어도 다음 기회가 얼마든지 있다고 굳게 믿습니다.



가격보다는 영양소와 칼로리만 생각하고 먹거리를 사던 오만함은 버립니다.

최대한 맛있고 신선하게 먹을 수 있게

그때그때 좋은 가격의 재료를 조금씩만 사고,

약간 부족하다 싶은 걸 당연하게 여깁니다.

정신 승리라고 해도 괜찮아.
긍정을 선택해서 사는 거야.


3년 전만 해도 지금 상황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으니,

3년 후에는 또한 지금은 상상도 못 할 정도로 좋은 삶을 살 거라고 다짐합니다.

넘어진 이후에 드라마틱 하게 큰 성공을 하는 건

소수의 대단한 성공이고,

그렇지 못한 다수가 된다 해도 그게 삶을 마감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고 웃어냅니다.

중요한 건 내가 2024년 7월을 살아내고 있다는 것,지금부터 내딛는 걸음이 진짜 내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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