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에서 고배를 마신 후의 삶은
결혼까지 생각할 정도로 사랑한 사람과의 이별 후와 비슷합니다.
삶의 거의 모든 부분에 흔적이 남아 있고,
꿈꾸었던 미래를 모두 바꿔야 하고,
한동안은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몸과 마음이 다 아픕니다.
그렇지만 다시 더욱 멋진 사람을 만나서 살아가듯이,
그냥 기억에만 남은 옛사람이 되듯이,
이별 한 번 했다고 세상 끝나는 것 아니듯이,
잘못한 투자로 인해 넘어졌다고 해서
세상 끝나지 않습니다.
조금 다른 삶을 살 뿐이에요.많은 경우에 예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도 하고요.
넘어졌음을 인정하는 데까지 참 오래 걸렸습니다.
냄비 안의 개구리에게 갑자기 뜨거운 물을 부으면 뛰어나가서 살지만,
서서히 온도를 높이면 개구리는 그 자리에서 나올 생각도 못 하고 견디다 죽는다고 하지요.
상황이 나아질 거라는 믿음과
투자를 잘못했다는 자책이 뒤범벅이 되어서 내 몸이 익어가는 줄도 몰랐어요.
견디다 보면 나아지겠지..를 2년 넘게 하면서
뾰족한 해법도 찾지 못하고요.
워낙 변화에 적응이 느린 달팽이 아줌마라서 그 시간이 걸렸다고 하기엔
심하게 오랫동안 문제를 방치한 거죠.
좀 더 빨리 대처했다면 손해 규모를 많이 줄일 수 있었겠다는 아쉬움이 이제서야 듭니다만,그땐 2024년 7월이라는 시간은 나에게 존재하지 않을 거라는 어리석은 생각이 온통 머릿속에 가득할 때였으니까.. 지금이나마 대책을 강구하자고 눈을 반짝 뜨는 게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삶을 처음부터 사는 것처럼 모두 리셋!
예전에 꿈꾸었던 모든 목표,
아이들에게 해 주겠다고 생각했던 혜택,
삶의 순간 하나하나, 생각 하나하나 모두 리셋했습니다.
좋은 입지의 좋은 환경, 새 집을 장만해서 오래오래 살아야 좋은 삶이라는 생각을 버립니다.
해체되지 않고 온전한 가정에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기만 해도 감사하다고 생각합니다.
내 집이 아니어도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있음에 감사합니다.
지구상에 내 집 한 칸이 없어도 다음 기회가 얼마든지 있다고 굳게 믿습니다.
가격보다는 영양소와 칼로리만 생각하고 먹거리를 사던 오만함은 버립니다.
최대한 맛있고 신선하게 먹을 수 있게
그때그때 좋은 가격의 재료를 조금씩만 사고,
약간 부족하다 싶은 걸 당연하게 여깁니다.
정신 승리라고 해도 괜찮아.
긍정을 선택해서 사는 거야.
3년 전만 해도 지금 상황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으니,
3년 후에는 또한 지금은 상상도 못 할 정도로 좋은 삶을 살 거라고 다짐합니다.
넘어진 이후에 드라마틱 하게 큰 성공을 하는 건
소수의 대단한 성공이고,
그렇지 못한 다수가 된다 해도 그게 삶을 마감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고 웃어냅니다.
중요한 건 내가 2024년 7월을 살아내고 있다는 것,지금부터 내딛는 걸음이 진짜 내 삶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