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위드웬디 Jul 19. 2024

'실패' 아닌 '넘어지는 경험'이 준 선물 (1)

'실패'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다른 말로 표현하고 싶은데, 정확한 개념을 전달하기 위해서 적절한 다른 표현을 찾지 못했었어요.

그리고 하티님의 공감을 받고 용기를 내어, 이제부터는 성공의 과정에서 꼭 필요한 '넘어지는 경험'으로 바꾸어 쓰기로 합니다. '실패'라는 단어가 주는 어둡고 끝장난 것 같은 위압감이 너무 싫어요.




제가 끝장났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물론 예전에는 그렇게 느끼고 저 자신을 끝내버리려고도 했었지만요.

오히려 이 넘어졌던 경험이 예전에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남들보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을 벗었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을 그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저 스스로 가지고 있었어요.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고, 이해심과 따스함이 넘치는 엄마의 격려를 충분히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잘했다는 칭찬받는 게 좋았나 봅니다.

운이 좋았는지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제가 원하는 것을 거의 다 해내었어요. 

잘해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잘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소년 급제 일불행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그냥 제가 욕심이 많았던 탓입니다.

이십 대 후반부터 쏟은 노력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는 때가 생기자 초조해졌어요.

어쩌면 작은 성취에도 큰 기쁨을 표시하시고, 

약간의 어려움이 있을 때에는 토닥여주시며 응원해 주시던 친정 엄마 아빠에게서 떨어져 나왔기 때문일 수도 있고요.

겉보기만 어른이었을 뿐, 결혼한 후에도 칭찬에 목말라하는 응석받이였던 거예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오히려 시작도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됩니다. 애써 시작한 후에도 조금만 잘되지 않는다 싶으면 금방 포기하고 싶게 하고요.




실패감을 맛보기 전에 그냥 던져버리는 거예요.

게다가 열등감의 원인도 되었습니다. 

어떤 사람보다 얼마나 더 잘해내야 하는지, 잘 이루어냈다는 기준도 없었어요.

그저 나보다 뛰어난 사람을 보면 열등감을 키운 거예요. 머리로는 아니라고 하는데 마음 깊숙한 곳에서 열등감이 나쁜 씨앗을 뿌리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접점이 없는 사람에게까지 '이 사람은 해내는데, 나는 못했구나.'라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지난 2~3년 동안 진흙탕에서 헤맨 이후, 잘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거의 벗어났어요.


큰 성공을 이룬 사람들에 비해 들인 노력이 턱없이 적었다는 것도 알았고,

능력이 부족했다는 것도 온전히 인정하게 되었어요.

2~3년 동안 넘어져 있던 모습을 본 가족과 주변 분들도 저에 대한 기대감을 많이 낮추셨어요. 

죄송한 마음 그지없습니다만, 잘해야 한다는 마음의 짐을 덜기도 했습니다.

넘어지는 경험이 준 고마운 선물입니다.

부담은 내려놓고 겸손함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겪지 않으면 알지 못하는 사람이,겪어본 후에 감사한 선물을 받았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상황을 믿지 말고 사람을 믿어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