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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웅식 Dec 21. 2023

순수한 기독교 (1) 사랑이 가득한 공기

사랑이 가득한 공기

                                                     <순수한 기독교>

                                                                   최웅식 소설가     

 성경에 골몰한 적이 있었다. 나는 성경의 위대한 인물을 분석해보았다. 아브라함, 요셉, 아브라함, 등등. 내 분석 결과는? 다 결점투성이였다. 흔히 요셉은 예수님과 닮아서 완벽한 인물이라고 했지만, 그 또한 나에게는 냉혹한 인물이었다. 형들을 용서하기 전에 그들은 형들의 잘못을 고백하게 한다. 

 결점투성이를 없애고, 장점만 가질 수 있다면, 그것은 이 세상을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나의 신앙의 비결이었다. 그때 나에게 있어서 하나님은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했으니, 하나님께 잘 보여야 한다. 안 그러면 하나님께 얻어터진다. 구약에서 하나님은 인간이 순종하지 않으면, 많은 생명을 몰살시키지 않았던가!

 하나님께 잘 보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하나님이 나에게 준 뜻을 파악해야 한다. 하나님은 이 우물을 파라고 했는데, 나는 내가 생각한 우물을 판다고 하자. 인생 끝에 하나님과 만난다. 네가 판 우물은 너의 것이지, 나의 것이 아니다. 아무것도 너는 한 것이 없구나, 미련한 놈아, 너는 자격 박탈이다.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그리하여, 나는 이런 기도를 읊는다. 

‘주님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며 내가 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분별하게 하소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반드시 해낼 용기와 내가 할 수 없는 것은 과감히 포기할 마음의 평안을 주소서’

 간단히 기도를 요약하자면, ‘헛다리 짚게 하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기도는 간단해야지. 중언부언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는가!

 난 열심히 기도했고, 열심히 살았다. 앞으로, 세상은 내 중심으로 돌아갈 것이다. 내 연줄은 하나님이니, 말이다. 

나는 그런 자부심을 얻은 채 군대에 갔다. 나는 내가 완벽한 인물인지 알았는데, 이럴 수가, 나는 군대에서 내가 동물이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내가 동물이었다니,

 야~ 이등병, 너 교회 갈 거니? 

 저는 군종병 아닙니까? 주의 종입니다. 

 그리고 나는 교회로 간다. 

 그리고 나는 교회에서 라면을 끓여 먹는다. 

 그리고 나는 교회에서 침을 흘리며 잠을 잔다.

 무엇보다 이등병인 나, 몰래 화장실에서 초콜릿을 먹는다. 우적우적. 

 깨어보니, 나의 머리에서 스치는 생각, 나는 동물이다, 라는 생각.

 그 이후로, 나는 내가 동물이었음을 고백한다. 솔직히 저요, 동물이었습니다. 동물요,

 두루마리에 코를 풀면서 말이다. 악어처럼 눈물을 흘리면서 말이다. 

 내 인생은 종 쳤다고 생각하는 순간, 하나님은 나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머리를 쓰다듬고 있다니, 난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나에게 투구를 씌운다.

 그리고 조용히 하나님은 사라진다.

 그의 눈동자에 비친 나의 모습은 아이였다. 조그마한 아이, 

 그 후, 나는 위대한 가르침을 배운다. 

 우리는 모두 조금은 부족한 철부지라는 사실을, 나이와 상관없이 말이다. 

 도스토옙스키가 쓴 죄와 벌이라는 소설이 있다. 죄와 벌, 창녀와 살인자의 사랑, 왜 이 사랑에서 나는 하나님의 사랑을 느꼈었는지 알 수 있다. 그들이 손을 잡고 촛불 앞에서 하나님께 고백할 때, 나는 세상이 이 기도의 장면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아니, 하나님은 저울을 들고 있는 심판관이 아니라 

사랑이 가득해서 흘러넘치는 빛 같은 존재였다.      

 당신, 뭐,

 잘났다고 생각하는가!

 헛된 생각하지 말기를 당부한다.

 자, 당신에게 권한다.

 이것 하나는 기억하자,

 당신은 아이라는 사실,

 연약한 아이라는 사실, 

 잘못하고 매번 부족하다는 사실을 체감할 때,

 당신 옆에는 사랑의 빛과 사랑이 가득한 공기가 끼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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