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웅식 Jan 26. 2024

순수한 기독교 (2)주일 성수라는 거짓말

주일 성수라는 거짓말

순수한 기독교 (2) -주일성수라는 거짓말-

                                                                       최웅식 소설가     

 나는 성경을 읽었다. 병장들은 십자수를 놓고 있었다. 달력을 보며 세상에 나가는 날을 생각하며, 그들은 꽃과 나비를 바느질하며 만들어내고 있었다. 몇 달 후에 제대하는 선임이 나를 불렀다. 잠자기 전, 자신을 위해 기도를 해 달라는 것이다. 불교, 무교, 가톨릭을 믿는 사람들이 내 주위에 모여들었다. 병장은 말했다. 기독 군종인 내가 기도를 하면 모두 '아멘' 하라는 것이었다. 

 “세상에 나가자마자, 여자 친구를 사귀게 해주십시오. 몇 달 안 남았는데, 군 생활도 잘 마무리 해주시고, 무엇보다 건강을 지켜주십시오. 취업도 잘 되었으면 합니다. 주님이 도와주십시오.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하였습니다.”

 병장이 말했다. 사람들이 아멘 소리가 작아서 다시 한번 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여자 친구를 사귀게 해 달라는 건 좀 간절하게 하자는 것이었다. 사실 그 병장은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의 요청대로 매우, 간절하게, 기도했다. 제발, 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사람들은 모두 크게 아멘, 했다. 병장은 만족했고, 모두 자기 자리로 돌아가 잠자리에 들었다.


 제대한 나는 신앙의 선배를 만나, 기독교가 무엇인지 물어봤다. 철학 수업 시간에 기독교가 무엇인지 발표를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로 나는 신앙의 정수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기독교인으로서, 이것만은 지켜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10가지가 무엇인지 신앙의 선배들에게 질문을 했다. 그들의 대답은 주일성수가 1위였다. 2위는 기도하기였고, 3위는 십일조, 헌금이었다. 나는 좀 의아했다. 하나님을 사랑하라, 이웃을 사랑하라는 예수의 말을 인용한 사람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한 질문에 나는 ‘사랑’을 떠올렸는데, 내가 틀린 것일까?


 주일성수가 일단 성경에 있는지, 확인했다. 주일이라는 말은 성경에 없었다. 비슷한 말씀으로는 모세의 십계명 중 4계명, 안식일을 지키라는 것이었다. 신은 6일 동안 일했고, 하루는 쉬었기에. 만약에 주일, 이라는 말이 일요일이라면, 월, 화, 수, 목, 금, 토, 요일은 주일이 아닌 게 되는 것인데, 6일은 주일이 아닌, 신과 관계없는 날이고, 지저분한, 또는 더러운 요일이라는 것이다. 주일은 일요일, 일요일은 성스러운 날이고, 교회에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월, 화, 수, 목, 금, 토요일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들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지저분한 날이니까. 일요일, 즉 주일만 교회에 가면 그들은 거룩해지는 거니까.     

 그렇다면 월, 화, 수, 목, 금, 토요일은 지저분한 날인가? 신은 월, 화, 수, 목, 금, 토요일에 하늘과 땅, 빛, 식물, 동물, 인간 등을 만들었다. 그리고 보기 좋았다고 했다. 그리고 7일째 되는 날은 쉬었다. 6일은 일했고, 7일째 되는 날에는 신은 한 일에 손을 떼고 쉬었다. 

 일요일에 교회 가라는 말은 없었다. 일요일이 주일이라는 말도 없었다. 일하고, 쉬기, 그게 신의 가르침이었다.      

 2014년에 개봉한 ‘카트’라는 영화가 있다. 대형상점의 계약직, 인턴, 파견직, 비정규직이라고 불리는 직원들이 부당해고를 당했다. 주인공, 아이의 엄마는 열심히 일하면 정직원이 되는 줄 알았다. 자신의 아이에게 휴대전화를 새것으로 바꿔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주인공은 정직원이 될 수 없다. 

 2007년 어느 날, 일요일에 ‘사랑의 교회’ 앞에 농성하는 텐트가 쳐 진 적이 있다. 그들은 쉬지도 않고, 교회 앞에서 농성했다. 이랜드는 계열사인 뉴코아의 비정규직 계산원을 외주로 돌렸고, 홈에버의 비정규직 절반가량을 해고했다. 노동자들은 일요일에 쉬지도 않고 교회 앞에서 말했다. 누군가는 말했다. 

 “사랑의교회에는 사랑이 없다고.”

이랜드 계열의 회장은 사랑의교회 장로였기에, 그들은 교회 앞에서 열심히 일한 우리를 왜 자르냐고, 호소한 것이었다. 일요일에 그들은 쉴 수 없었다. 

 6일 일하고 하루 쉰, 신의 가르침을 적용하여, 노동자의 노동 조건을 잘 만들어주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신은 ‘엿새 일 하고 하루 쉬기’라는 리듬을 타고 있었다. 우리는 어떤 리듬을 타야 할까? ‘엿새 일 하고 하루 쉬기,’‘오일 일하고 이틀 쉬기’, ‘나흘 일하고 사흘 쉬기’ 등등 

 이게 가능해지려면 나는 어느 정도의 월급을 받아야 할까? 

작가의 이전글 순수한 기독교 (1) 사랑이 가득한 공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