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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웅식 Feb 21. 2024

나는 항상, '구끼'라고 말한다(1)

                                나는 항상, ‘구끼’라고 말한다

                                                                                  최웅식 소설가                                             

    내 이름은 ‘우기’다. 나의 이름을 아는 사람들도 나의 이름을 잘 부르지 않았다. 나를 부르는 이름이 따로 있다. ‘자폐아, 병신, 벙어리, 비정상애, 쯧쯧 불쌍한 것’ 등 가지각색이다. 

 나는 사람들에게 내 이름을 말하고 싶지만 내 입에서는 ‘구끼’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말을 하려고 하면, ‘구끼’라는 말만 불쑥 내뱉고 말았다. 이 상황도 어처구니가 없는데, 사람들의 반응은 나를 더욱 맥빠지게 했다. 일단 그들은 동물원에서 희한한 동물을 쳐다보듯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 후 나의 눈을 들여다보며 이런 말을 했다.

 “뭐, 쿠키가 먹고 싶어?”, “코끼리? 코끼리 보고 싶다고”, “구 살, 아! 아홉 살.”

 세상에는 두 가지 부류가 있다. 말로 그 사람을 파악하는 부류와, 마음을 읽고 그 사람을 파악하는 부류다.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들은 ‘구끼’라는 말로 나를 파악하는 부류다. 이들은 별 볼 일 없다. 그러나 나의 어머니는 다르다. 어머니는 ‘구끼’라는 말을 해도 내 말로 나를 파악하지 않고, 내 의중을 읽으려고 했다. 어머니는 훌륭하다.

 어머니에게 이 말을 해주고 싶다.

 “내가 태어난 것은 어머니의 죄 때문이 아니에요.” 

어머니는 한밤중에, 한탄조의 말을 반복하며, 나의 탄생을 신의 몫으로 돌렸다.

 “하나님, 제가 무슨 죄를 저질렀나요? 무슨 잘못을 했나요? 왜 우기가 장애인인가요? 왜 내 아들이 자폐아인가요?” 

 어머니가 기도할 때, 신기한 일이 벌어지곤 했다. 신비로운 빛줄기가 마구 내 방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일이다. 나는 너무 눈부셔서,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천사인가. 어머니가 믿는 신이 보낸 천사인가. 날갯짓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나는 눈이 부시면, 천사가 내 방으로 내려와서 나를 쳐다보고 있다고 짐작했다. 어머니의 기도 소리가 멈추면 다시 내 방에는 어둠이 깔렸다. 그때, 나는 눈을 떠 봤다. 눈부신 빛의 한 끝자락도 나는 포착할 수 없다. 천사는 사라진 모양이다. 내가 어떤 헛것을 본지도 모르겠다. 날개 달린 천사를 눈으로 보지 못했으니까. 천사는 있는 것일까? 천사에게 날개가 달려있기는 한 것일까? 

 아버지는 나를 쳐다보며 이런 말을 중얼거렸다. 

“우기야. 이 아빠가 꿈을 꾸었어. 비가 엄청 많이 오는 날이었지. 커다란 해가 떴어. 그 해가 내 목구멍으로 들어갔어. 매우 좋은 태몽이로구나. 우기는 큰 인물이 될 거야.” 

 그러나 내가 ‘구끼’ 라는 말만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 후로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커다란 해는 아버지 뱃속에서 잘려 나간 모양이다. 나는 말도 제대로 할 수 없으니까. 매일 밤, 어머니는 내 방으로 건너와서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열세 살인 나의 나이와는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를 들려줄 때가 대부분이지만 나는 어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흥미를 느꼈다. 어머니가 나를 바라보다가 훌쩍훌쩍 눈물을 찍어내면 그 이야기가 반감되었다. 

 내가 재미있게 여기는 이야기 하나는 강을 타고 둥둥 떠내려간 아이의 이야기다. 이집트 왕이 히브리인 남자아이를 죽이라는 명령을 하였다. 한 아이의 부모는 그 명령을 따를 수 없어, 아이를 갈대로 만든 바구니에 넣고 강으로 떠나보냈다. 그 아이는 이집트의 공주에게 발견되었다. 바구니에서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오자, 이집트 공주는 아이를 꺼내 들어올렸다. 나는 이집트 공주의 모습이 궁금하다. 

 더 신나는 이야기도 있다. 하늘에 구멍이 뚫려 비가 쏟아졌는데, 노아라는 지혜로운 한 할아버지가 큰 배를 띄우고 엄청난 홍수에서 탈출하였다. 사십일 동안 비는 내렸다. 할아버지는 재앙을 예상하고 큰 배를 만들어 가족을 구출했다. 거주할 땅을 찾기 위해 할아버지는 비둘기를 날려 보냈다. 비둘기가 돌아오지 않자, 그는 육지를 찾으러 다시 떠났다. 물살을 따라 흘러가는 큰 배를 상상하기만 해도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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