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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웅식 Feb 21. 2024

나는 항상, '구끼'라고 말한다 (3)

“여자를 만나는 남자는 청결해야 한다.”라는 아버지의 말이 귓가에 울렸다. 

 나는 수도꼭지를 열어놓았다. 구멍에 고무뚜껑을 박아 물을 모았다. 비누를 두 손으로 뭉긴 다음 얼굴에 잔뜩 묻혔다. 얼굴을 물속에 담근 다음 고개를 거울 앞으로 들고 수건으로 물기를 제거했다.

 “우기야. 몇 번이나 씻니. 한 번만 씻어도 되는 거라고 몇 번이나 말했니?”

화장실 문이 열리고 어머니가 들어왔다. 

 ‘여자를 만나는 남자는 청결해야 해요’ 라는 말을 어머니에게 하고 싶다. 어머니는 나의 등을 북처럼 두드리고 나를 화장실에서 끌어냈다. 어머니는 나를 집에서 밀어냈다. 어머니를 위해서도 나는 단기 보호센터에 가야한다. 내가 단기보호센터에 가는 일은 어머니를 돕는 일이기도 하다. 어머니에게 혼자 있는 시간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미아 방지 목걸이를 나의 목에 걸려 했다. 미아 방지 목걸이에는 집 주소, 집 전화번호, 어머니의 휴대전화 번호, 내 이름이 적혀 있다. 

 ‘열세 살이에요. 다 컸어요, 길을 잃어버리지 않을 나이라고요.’라는 말을 하며 뿌리치고 싶으나 아들이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해야 하는 법이니, 미아 방지 목걸이를 걸고 나는 단기보호센터로 향한다. 

 단기보호센터는 아파트 단지에서 빠져나온 다음, 청솔 대학교 맞은편으로 횡단보도를 건넌 후 청솔 초등학교 정문을 지나 약간은 경사진 길로 올라가는 언덕배기의 중간쯤에 있다. 내가 가는 길은 큰길로 일정해야 한다. 나는 내가 가야 하는 길에서 벗어나 청솔 초등학교 옆으로 나 있는 골목길로 발걸음을 옮긴 적이 있다. 골목길에서 아이들이 솜사탕 장수 주위에 몰려 있었다. 솜사탕은 구름 같다. 구름이 꽂힌 나무젓가락을 들고 다니는 아이들이 신기했다. 내가 그들에게 끌려 나도 모르게 그들에게 발걸음을 옮길 때, 어머니가 갑자기 나타나 내 어깨를 붙잡고 직접 단기 보호센터로 나를 데려갔다. 어머니는 내 뒤를 밟았다. 숨바꼭질이라도 하듯 내가 뒤를 돌아보아도 알아차릴 수 없는 곳에서 몸을 숨기며, 따라왔다. 내가 다른 길로 가는 것을 포기해서인지 며칠 전부터 어머니는 반쯤 따라오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어머니가 모르는 일이 하나 있다. 그것은 내가 길을 어머니보다 더 잘 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어머니는 지하철 노선도를 보며 가야 할 길을 찾았다. 나는 어머니가 들고 다니는 지하철 노선도를 빈 종이에 그릴 수 있고, 우리 집 근처를 지나가는 지하철 1호선의 역 이름 41개를 외우고 있다. 

 나는 어머니가 집으로 돌아가도 내가 항상 가야하는 큰길을 따라 걸어갔다. 다른 길을 걸으며 길을 외우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것이 어머니를 빨리 집으로 돌려보내 쉬게 할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날이다. 먹구름이 빨리 몰려와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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