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라는 말이 왔다
꽃이라는 말*이 왔다
갈기도 없는 푸른 말을 타고 달리면
꽃이 입이고 입이 꽃인 어떤 말을 만날까
맥주를 마시는 이들과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아는 얼굴과 모르는 얼굴이 섞여 있다
인연이 되고 안 되고는 별일이 아닌 어스름을
어둑하게 바꾸는 사람들, 그러므로 함께
주머니 속 별을 꺼내 상화나무**가지 끝에 매단다
기타 소리 노랫소리를 뚫고 스미는 이 막막함은 무엇일까
관계를 맺은 사람들끼지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馬과 말言 사이
관계없는 먼 사람들의 말이 둥둥 떠다니는 밤
나 같으면 골든벨 울리겠다는 말
눈치는 또 빨라서 얼른 그 말을 주워든다
오늘의 행운 값을 지불한 셈이다
매천시장역 입구에서 달무리에 든 초승달과 마주쳤다
곧 봄비 드시겠다
*유건상 조각가의 작품
**상화 생가터 라일락뜨락 1956
-시집『오래 문밖에 세워둔 낮달에게』(달아실출판사, 2024)
꽃이라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