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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도 Sep 24. 2023

우물 안 개구리 벗어나기

생각은 변한다.

나에게 왜 그렇게 매일같이 걷느냐고 묻는다면, '내게 걷기란 생각하기 위함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답할 것이다.


생각이란 면에서 평일 아침의 걷기와 주말의 걷기는 다르다. 평일엔 주로 그날 해야 할 일들, 답장할 이메일들이나 프로젝트 진행 등에 대해 생각한다면 주말 아침엔 보다 폭넓게 요상한 주제들을 생각하곤 한다.


지난 토요일엔 지렁이들을 피해 걷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평생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날 수 있을까?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겠다는 말이 과연 가당키나 한 말인가?


그 어떤 저명한 석학에게도, 대통령에게도, 김밥집 사장님에게도 자기만의 세계가 존재할 것이다. 그 누구도 이 세상만사를 한 톨도 빠짐없이 모두 알 순 없다. 그들 모두 어떠한 우물인 자신의 세계 안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여태까지의 나 또한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겠다며 열심히 여행하고 서른이 넘어 자발적으로 학교를 다니고 참석할만한 세미나가 없는지 기웃기웃 거린다. 이런 내 노력이 정말 날 우물 밖으로 데려다줄까?


결국 이 모든 것은 우물 밖으로 나가는 것이 아닌 '우물의 크기를 키우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내 우물 안에 있는 것이 그렇게 나쁜 것일까? 타인을 우물 안 개구리라며 조롱하던 목소리들은 결국 가스라이팅이었던 걸까.


내 우물 안에 머무르기로 결심한 후 마음이 편안해졌다. 여태까지 우물을 어떻게든 벗어나고자 악착같이 발버둥 쳤다면 이제는 내 우물을 받아들이고 그 우물 안에서 나에게 최선의 방법을 찾는 것, 우물 내부의 소음과 도전에 잘 대응하는 것. 이렇듯 외부의 요소들보다 내면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내 삶의 새로운 목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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