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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도 Oct 19. 2023

6. 만학도의 삶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다.

사실 늦었다고 생각했다.  내 나이 3x살에 MBA를 시작하다니. 작년, 아니 재작년에 시작할걸...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일리노이 대학의 MBA는 특이한 형태로 진행된다. 1년에 총 5학기가 각 8주씩, 총 40주간 진행된다. 즉 크리스마스/새해 연휴 2주를 제외하고 방학은 없다. 


그래도 온라인 강의니까 시간을 유연하게 쓸 수 있을 테니 일과 병행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주 큰 오산이었다. 첫 학기에 총 2개 과목을 신청했는데, 메인 수업 1개마다 꼬마 수업 2개가 딸려있어 실상은 1과목마다 수업을 3개 듣는 느낌이었다. (지금은 두 번째 학기 중인 시점인데 꼬마수업을 어떤 진도로 병행해야 하는지가 드디어 파악이 되어 조금 더 수월해졌지만 첫 학기 때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게다가 수업마다 미니 과제/퀴즈/팀과제/분기 과제 등등이 빼곡하게 짜여있어 뭐부터 해야 할지조차 감이 오지 않을 수준이라 할 일을 파악하는 것부터 한참이 걸렸다. 강의를 대충 흘려듣기가 절대 불가능하게끔 그야말로 엄청난 메커니즘을 구축해 놓으신 것이다. 


영어로 수업을 듣는 것도 만만찮다. 녹화된 수업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을 중간중간 뒤로 돌려서 다시 듣곤 하는데 이 때문에 시간이 배로 걸린다.


하지만 다행인 건 재미있다. (적어도 아직은) 쉬다가도 갑자기 강의가 듣고 싶어 벌떡 일어나고, 일주일에 한 번씩 있는 라이브 강의에서 만나는 학우들에게도 정말 많이 배우는데 그게 또 꿀잼이다. 대부분이 VP(한국으로 치면 부사장에서 그 이상 정도 되겠다.) 레벨이고 머리가 하얗게 센 나이 지긋하신 분들도 보이고... 지금 생각으론 늦기는커녕 오히려 조금 더 경력을 쌓고 높은 자리에 있을 때 시작했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사실 내 생에 남은 날 중,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다. 고심 끝에 도전을 결심한 나 자신에게 대견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세상에 늦은 건 없다고도 말해주고 싶다. 죽기 전 돌이켜 생각해 보면, '도전하지 않았다'는 후회는 할지언정 '늦게 도전했다'는 후회는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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