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전 제 가슴이 너무 좋아요.
난 운이 좋다.
6/5 건강검진 결과(이상소견)
6/8 집 근처 유방외과 초음파 및 총조직생검
6/17 결과 및 2차 ㄱ병원 초진
7/1 2차 ㄴ병원으로 옮겨서 다시 초진. 수술 결정 후 혈액/소변/MRI 검사 진행
7/3 CT
7/8 ㄴ병원 외래진료 (검사 결과) 및 뼈스캔
7/9-13 입퇴원 (7/10 수술)
7/17 수술 후 첫 외래진료
7/18 타목시펜 시작
8/5 방사선 (16회) 시작
"왜 왔어요?"
내 차트를 쓱 보신 교수님께서 하신 첫 질문이었다. 퉁명스러운 질문이 아니라, 아무런 증상이 없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병원까지 오게 되었냐는 질문이었다.
교수님은 자신감이 넘치셨고, 따뜻하지만 냉철하셨다.
다른 병원에서 만났던 선생님은 결정은 오롯이 환자의 몫이라는 태도로 수술을 할지 말지의 결정도 환자가 내리게 하셨던 반면, 이 교수님은 내가 "지금 너무 초기인데 굳이 수술을 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갑자기 부드러운 표정을 거두시곤 "젊을수록 빨리 해야 돼! 빨리!"라고 하셨다. 그 말투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오히려 수술에 대한 내 의심과 궁금증이 한방에 해소되는 느낌. 그리고 안도감.
내가 7월에 개인적으로 큰 일을 앞두고 있었던 터라 상세히 말씀을 드렸더니, 그럼 최대한 빨리 수술 날짜를 잡아 보자시며 9일 후인 바로 다음 주 7/10에 하자고 하셨다. (나중에 알고 보니 식사도 거르시고 수술을 해주신 거였다.)
"교수님, 전 제 가슴이 너무 좋아요. 최대한 보존하고 싶어요."라는 내 외마디 부탁에, 교수님은 별 걱정을 다한다는 듯한 따뜻한 웃음을 지으시며 걱정 말라고 하셨다. 그 한마디에 몇 주 동안 날 옥죄었던 긴장이 풀어졌다.
교수님 방에서 나와서 간호사선생님과 바로 오늘 혈액검사, 소변검사, MRI까지 찍기로 했다. 혹시 모르니 금식을 하고 온 게 도움이 됐다. CT촬영은 내일모레 하고, 뼈스캔은 다음 주 월요일에 하기로 했다.
갑작스럽게 스케줄을 잡느라 MRI 촬영을 거의 하루종일 기다려야 했지만 (아침 8시에 병원에 도착했고, 오후 4시가 넘어 나왔다.) 오히려 온 김에 검사를 몇 개나마 할 수 있어서 좋았다.
MRI 촬영은 엎드려서 만세를 한 자세로 진행하고 손등에 MRI 조영제를 주사하는데, 시험 투약 했을 때 엄청난 고통이 느껴져서 정말 악! 소리를 질렀다. 치과 선생님도 놀랄 정도로 고통을 잘 참는 나인데 정말 아팠다. 나중에 진료 선생님께 여쭈어보니, 손등이 과하게 꺾여서 손등 피부가 팽팽해진 채로 약이 들어가서 그렇다고 하셨다. 다행히 본 투약 때는 아무 느낌 없이 잘 들어갔다.
혈액은 총 8통*을 뽑았고 유전자 검사를 추가했다. 유전자 검사(브라카 변이 검사)를 함으로써, 내가 유전적으로 유방암에 걸린 건지 알 수 있고, 만약 그렇다면 나의 혈육에게도 적극적인 검사를 권하게 된다. 안젤리나 졸리가 어머니를 유방암으로 잃고 이 브라카 변이 검사를 했는데 본인도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게 나와 발병도 전에 양 측 유방을 전절제 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건강검진할 때 쓰는 손가락만한 혈액 통)
아! 엄마한텐 언제 어떻게 말하지? 내일모레 CT 찍으러 왔을 땐 말해야겠다. 수술 일주일 전엔 알아야 엄마도 마음의 준비를 하겠지.
나의 경우엔 최대한 객관적인 정보만을 취하기 위해 인터넷 정보는 최대한 지양했다. 내게 가장 도움이 된 책은 세브란스 병원의 조영업 교수님께서 지으신 '유방암 완치설명서'이다.
유방암의 정의, 진단, 치료, 재발관리로 나뉘어있어 내가 해당 단계마다 어떤 액션을 취해야 하는지 알 수 있어서 매우 도움이 되었고, 객관적 정보를 바탕으로 더 안심할 수 있었다.
ㅇㅇ를 먹으면 암이 완치된다, ㅁㅁ을 먹어야 암세포가 작아진다. 등의 내용이 있는 책은 걸렀다. 물론 솔깃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으니까. (사실 지금도 흔들린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 만일 정말 그런 음식이 있다면, 이 세상에 암이 왜 존재하겠어?
- 저 사람들은 저 음식을 먹어서 좋아진 게 아니라, 암 진단 후에 전보다 건강한 삶을 살아서 그런 거고, 또 훌륭한 의료진의 기술이 있었기 때문이야.
-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긍정적인 사고임을 잊지 말자. "뇌가 암을 이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