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독후감. 히가시노 게이고 - 살인의 문
앞으로는 읽은 책들에 대한 생각을 짧게나마 남겨보려고 한다. 이번에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살인의 문이라는 책을 읽었다. 총 2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속도감은 느리지만 상당히 몰입감이 높았던 스토리가 인상 깊었다. 전반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주인공인 '다지마'가 '구라모치'라는 자신의 초등학생 때부터 만나오던 친구로 인해 계속해서 불행의 늪에 빠지게 되고, 불행하게 된 이유를 찾는다. '할머니의 죽음', '부모님의 이혼', '첫사랑의 자살', '이혼' 등은 '구라모치'로부터 시작되었고 이윽고 '다지마'는 '살인의 문'을 맞이한다는 내용이다.
사실 책을 읽는 내내 불쾌하다는 느낌이 가득했다. 단순히 '다지마'가 '구라모치'의 손에서 놀아나는 것 때문이 아니라 흔한 스토리처럼 유쾌하게 해결되지 않아 더욱 '다지마'의 불행에서 현실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실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사건 그리고 복수들은 명확한 '권선징악'의 형태로만 흘러가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문'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흔히 선을 넘지 말라고 얘기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문'은 '선'이랑 같은 개념으로 보면 된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다지마'가 '문'을 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인생 전반에 걸친 불행의 원인이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왜 '다지마'는 쉽게 문을 넘지 못했을까? 살면서 1명쯤 정말 미웠고 증오했던 사람이 있을 것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 증오의 대상이 직장 상사, 범죄 피의자 등 또는 자신 주변 인물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그 사람들을 '살인의 문'에서 맞이하지 못했을까? 사실 이유는 간단하다. 암묵적으로 넘지 말아야 할 문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문을 넘는 사람들은 그만큼의 살의가 필요할 텐데, 실제로 그 정도까지의 살의를 가지기는 쉽지 않다. 반대로 긍정적인 느낌의 문을 넘는다는 것은 성장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문을 넘지 않는다고 해서 불행해지지는 않지만, 더 원활한 삶을 위해서 때로는 문을 넘기도 해야 한다. 계속해서 문에 대해 이야기하니 영화 <몬스터 주식회사>에서 문을 가져와 아이들에게 악몽을 심어주려 하는 장면이 생각났다. 주인공들은 문을 넘어가며 다양한 일들을 겪는다. 그처럼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문을 만나고 문을 넘어서 후회하고 성장해나가고 있다. 다만, 문을 마주하고 문을 넘기 전 이것 하나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무엇을 위한 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