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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작가 이윤정 May 13. 2024

아침부터 저녁까지 설레는 일

거인의 생각법 013, 나를 흥분시키는 일 찾기

“11시 30분에 준비할까? 12시에 집에서 출발하자!”     


몇 개월 전 우연히 ‘간짜장’ 맛집을 검색하다가 발견한 곳에 가기로 했거든요. 곤지암 근처 시골 마을에 있는 중국집이에요. 스케쳐스 신발을 하나 사려고 검색하다가, 곤지암에 스케쳐스 아웃렛 매장이 있다는 걸 지난주에 알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레 곤지암이 연결되어 두 매장을 찾아보니 차로 15분 내외거리네요. 드디어 간짜장을 먹어 볼 기회가 왔습니다. 아침부터 설렜습니다.     


짜장보다 간짜장을 좋아합니다. 갓 볶은 춘장에 하얀 양파가 수북이 담긴 짜장을 수타면 위에 부어 비벼 먹으면 윤기가 좔좔 흐릅니다. 식당에 가서 먹어야 제맛이죠. 흐물거리지 않는 아삭한 양파를 먹으면 왠지 짜장면을 먹어도 소화가 잘될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직장 다닐 때 남편과 퇴근하면 가끔 들리던 중국집이 있었거든요. 집에 가서 저녁 해 먹기 애매하고, 회사 근처에서 후다닥 먹고 집에 가서 쉬려는 마음에서요. 한 달에 한 번 이상 들리던 곳이다. 여느 날처럼 저녁으로 간짜장 먹고 가자는데 동의하고 골목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어랏! 문이 굳게 닫혀있었습니다. 폐업했더라고요. 혹시나 어디로 이전했을까 문 앞에 붙어 있지 않을까 싶어서 차에서 내려 문 앞까지 가봤지만, 아무런 안내문이 없었습니다. 그 뒤로 간짜장 맛집이라고 하는 곳을 인터넷에서 찾아보며 다녀봤지만,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몇 개 월전 비슷한 이름의 중국집을 발견하게 된 겁니다. 알고 있던 매장 이름 앞에 동네 이름이 덧붙여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못 찾았더라고요. 블로그 리뷰를 찾다 보니 사진 속에 보이는 주방장 아저씨가 있습니다. 맞습니다! 언젠가 가봐야지 하고 리스트에 담아 두었는데, 드디어 오늘 다녀왔어요.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주인아주머니께서 저희 부부를 보더니      


“여기까지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남편은 부끄럽다며 고개를 떨굽니다. 저는 우리를 알아볼 거라 말했고, 남편은 못 알아볼 거라 이야기했거든요. 늘 시키던 간짜장 두 그릇과 탕수육 소를 주문했습니다. 탕수육이 먼저 나오고, 간짜장이 나왔어요. 탕수육은 바사삭 튀겨져 있었고, 소스도 사과, 당근, 목이버섯과 함께 달콤한 간장 베이스로 나왔습니다. 찍먹해 보니 예전에 먹던 맛이 납니다. 드디어 간짜장 차례입니다. 간짜장이 예전에 먹던 비주얼과 살짝 달라졌습니다. 양파와 야채가 좀 더 잘게 다져져 있었습니다. 면 위에 간짜장 한 그릇을 다 부어 비벼서 한 입 먹어 봅니다.      


주방장이 나오시더니 예전에 OO 동에 오셨던 분들 맞냐고 물어보네요. 그렇다고 했더니 아내가 우리를 알아봤다고 합니다. 여기까지 찾아와 줘서 고맙다며 인사하고 나가시더라고요. 계산하면서 아주머니와도 인사 나누며 나왔습니다. 계곡에 테이블 펼쳐 줄 테니 놀다 가라며 이야기해 주셨어요. 괜찮다며 인사드리고 매장을 떠나왔습니다.      


“어땠어?”

“예전 맛은 아닌 것 같지?”

“응, 간짜장이 조금 다른 것 같아.”     


주방장도 변하나 봅니다. 재료도 변하나 봅니다. 입맛도 변하나 봅니다. 스케쳐스 매장에 들러 남편 신발만 한 켤레 샀습니다. 제가 원하는 모델은 없더라고요. 집으로 오는 길에 문득 가게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O스시 한 번 찾아봐.”

“어? 검색되네?!!”

“어디?”

“옛날 매장 근처 같은데?”     


최애 회덮밥 집이었는데, 여기도 어느 날 갔더니 폐업한 곳이었습니다. 우리가 너무 안 가서 문 닫은 거 아니냐고 이야기할 정도로 아쉬워했던 매장입니다, 주변에 있는 횟집을 돌아다니며 회덮밥을 먹을 때마다 여기가 생각났었거든요. 오늘 저녁 메뉴는 O스시 회덮밥입니다.      


“오랜만에 먹으니까, 역시 맛있다. 자주 가자!”     


좋아하는 게 갑자기 사라지면 아쉽습니다. 늘 우리 옆에 있을 거로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감동이 적습니다. 내일이면 사라질 거로 생각한다면, 어떨까요? 어떤 태도로 움직여야 할까요? 오늘이 최고의 순간입니다. 지금 해야 할 일, 우선순위 정하기가 쉬워집니다. 생각만 해도 설렌다면, 숨은 잠재력을 꺼낼 차례입니다.  설레는 일을 찾아낸다면, 당신의 한계는 쉽게 뛰어넘을 수 있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설레는 일 여러분에게도 있지요? 오늘은 추억의 맛집부터 찾아 보는 건 어떠세요? 


ps. 서울 간짜장 맛집 아는 곳 있으세요?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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