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떠난 자리에 내가 남았다.

5부 : 끊지 못한 사슬, 6장

by 여우비

녹음 파일을 다 듣고 나서도

나는 바로 일어나지 못했다.


휴대폰은 식탁 위에 놓여 있었고

화면은 꺼져 있었다.


현서가 퇴근했다.

현서는 눈물과 콧물로 엉망이 된 내 얼굴을 닦아주고

나를 꼭 끌어안았다.


“괜찮아, 괜찮아…”


그 말은

위로라기보다

연약한 것을 다루는 소리처럼 들렸다.


‘불쌍해.’

그 말이

그 안에 섞여 있는 것 같았다.


아빠가 우리를 괴롭히면서도

자기 연민만 늘어놓던 얼굴이

겹쳐졌다.

그게

내 쪽으로 옮겨온 느낌이 들었다.


정말 밉고 싫었고

때로는 사라졌으면 좋겠다고까지 생각했던 아버지였다.

그가 떠난 뒤

원망과 분노가 지나간 자리에

뒤늦게 슬픔이 왔다.

아니, 내가 남았다.


이제는

억울했다.


“딱, 한 잔만 더 하고 잘게.”


현서는 말리지 않았다.

대신

불안한 눈빛만 보냈다.


아빠의 목소리는 멈췄는데

방 안에는 아직

말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술병을 들었다.

비어 있었다.


컵을 헹구지 않고

새 병을 열었다.

이번에는 잔에 따르지 않았다.

병째로 마셨다.


술이 목을 넘기자

조금 전까지 선명하던 생각들이

서서히 풀렸다.

아빠의 말투도,

내가 했던 말도

같은 온도로 섞였다.


나는 소파에 앉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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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작가 여우비입니다. 화창한 날씨에 가끔 내리는 찰나의 여우비는 밝게 지내다가도 순간적으로 우울함이 스쳐지나 가는 우리의 인생과 많이 닮아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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