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부 : 하얀 방의 계절, 1장
나는
내가 가장 미워했던 사람의 방식으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냈다.
형의 메시지를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
문장은 길지 않았고
변명도, 설명도 없었다.
그게 더
속을 뒤집었다.
화장실로 달려가
또 한 번
쏟아냈다.
가장 역겨웠던 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무언가를 저질렀다는 건
알고 있는데,
어디까지가 나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 틈으로
아주 짧게
합리화가 스쳤다.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랐으면
이러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
스스로도
비겁하다고 느끼면서
놓지 못한 생각이었다.
아빠를 욕하며 살아왔는데,
결국 나는
그가 쓰던 방식을 빌려
엄마의 가슴을
다시 찢었다.
이미 너덜거린 자리였다.
거기에
대못 하나를
더 박았다.
가장의 자리를 대신해 서 있던
형의 멱살을 잡았고,
누가 뭐라 해도
내 편이던 현서의 눈에
공포를 남겼다.
이건
실수도 아니고,
사고도 아니었다.
어쩌면
이미 오래전부터
예정돼 있던
저주였을지도 모른다.
나는 술을 마신 게 아니라
술을 핑계로
나 자신을
풀어놓았던 것뿐이었다.
세면대 거울에 비친 얼굴은
영락없이
아빠를 닮아 있었다.
충혈된 눈,
푸석한 피부,
비틀린 입꼬리.
겉모습뿐만 아니라
미워하는 방식까지
닮아 있었다.
형에게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사과도,
부정도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랑 형
어디 가셨는지 알아?”
내 일로 결근까지 하게 된
현서에게
물었다.
“새벽에 응급실 다녀오시고
지금은 근처 숙소에서
쉬고 계셔.”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잠깐의 정적 뒤에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들, 엄마는 네가 네 아빠처럼 되는 꼴
죽어서도 못 본다. 우리 병원 가자. 제발, 치료받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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