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
꽃다운 나이 피난길에 올라 압록강을 건너던 날
곧 뒤따라오겠다던 어머니와 아버지는
생사조차 모른 채
강 저편에 남겨졌네
압록강 건너 그 이별이 평생을 가르는
생이별이 될 줄 그 누가 알았으랴
가슴 졸이며 밤마다 부모를 부르던 꽃다운 우리 엄마
이제는 철새 되시어 철책선을 넘어
자유로이 날아
그리운 엄마 아버지 품에 안기셨는지요
가슴 깊이 맺힌 한 다 풀지 못한 채 이승을 건너시던 날
엄마 엄마 부르며
끝내 눈 감지 못하시던 우리 엄마
철새 되시어
그리운 품 마침내 만나셨는지요
<시인 정성수의 감상평>
시의 주제는 이산離散과 피난길의 생이별이다. 전쟁이라는 비극 속에서 부모와 헤어진 소녀가 평생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는 삶이 중심에 놓여 있다. 전쟁이 남긴 상처와 혈육에 대한 그리움과 죽음 이후에라도 다시 만나길 바라는 간절한 소망이다.
압록강, 철새 같은 상징을 통해 분단의 현실과 초월의 염원을 대비시켰다. 압록강은 단순한 지리적 경계가 아니라 한 인간의 운명을 갈라놓은 비극의 선이며, 철새는 현실의 장벽을 넘어 자유롭게 날아가길 바라는 영혼의 형상이다.
“꽃다운 나이 피난길에 올라 압록강을 건너던 날”이라는 구절을 통해 전쟁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함께 한 소녀의 비극적 출발을 제시한다. 뒤따라오겠다던 부모를 강 저편에 남겨둔 채 건너야 했던 순간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시대가 강요한 이별이었다. 여기서 압록강은 단순한 강이 아니라 삶을 둘로 가르는 운명의 경계로 기능하고 있다. “이제는 철새 되시어 철책선을 넘어”라는 표현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재회를 상상 속에서 실현하려는 간절한 소망을 담고 있다. “그리운 품 마침내 만나셨는지요”라는 물음은 단순한 질문이 아니라 남겨진 이의 기도이자 위안이다.
시가 전하는 메시지는 분단의 상처가 개인의 생애를 넘어 세대 전체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는 사실과 인간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결국 사랑하는 이를 향한 만남의 소망이라는 점이다. 담담한 어조 속에서 절절한 정서가 배어 있다. 따라서 독자로 하여금 역사적 비극을 개인의 삶 속에서 체감하게 만드는 힘을 지닌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