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심
이번 해에는 시집 한 권을 내겠다고 마음먹고 열심히 준비해 왔다.
어느 정도는 써 내려갔지만, 글은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가장이 아프다는 말을 들은 뒤로 마음이 자꾸만 글에서 멀어진다.
생각은 많아지고, 문장은 흐트러진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글 대신 그림을 그린다.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잡념이 잦아든다.
집중하고 또 집중하다 보면, 손끝은 자연스레 색을 찾아 움직인다.
하얀 종이 위에 고운 색을 하나둘 얹어 완성하고 나면
조금은 복잡하던 마음도 따라 편해진다.
시집 한 권, 동화 한 권.
그토록 바라던 목표가 왜 이리 멀게만 느껴지는지.
동화는 청탁 원고가 들어오면 미리 써 두었던 글을 꺼내 보내곤 한다.
그럴 때마다 마음 한편이 미안해진다.
시술이 끝나고, 다시 일상이 자리를 찾으면
글도 천천히 돌아와 주겠지 하고 스스로를 다독여 본다.
어쩌면 근심과 걱정이 글을 밀어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믿어 본다.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는 날,
글은 다시 말없이 내 곁으로 머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