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바다는 사람을 데려다준다.
파도는 물결만 밀어 올리는 것이 아니라, 인연도 함께 실어 보낸다.
궁평항의 바닷바람을 맞으며 텐트를 치던 날들. 불 위에 올린 냄비에서 김이 오르고, 낯선 사람들이 둘러앉아한 숟갈씩 밥을 나누던 저녁들. 하루에 서른 명이 넘는 이들과 밥을 먹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는 타인이었다가, 어느새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사이가 되었다.
그중 한 사람을 나는 ‘오빠’라 부른다.
핏줄은 아니지만 마음으로 맺은 가족.
십 년의 시간은 짧지 않다. 그 세월은 파도처럼 쌓여 우리 사이를 단단하게 다져 놓았다. 우리는 함께 거제의 바다로 떠났고, 방어가 걸려들 때마다 오빠는 아이처럼 웃었다. 집과 일터만 오가던 사람이 “제2의 인생을 사는 것 같다”라고 말하던 날, 나는 알았다. 우리가 서로에게 작은 불빛이 되었음을.
그러다 남편의 심장이 흔들렸다.
낚싯대는 벽에 기대어 서 있고, 바다는 멀어졌다. 밤마다 뒤척이는 남편의 등을 바라보며,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때 전화가 왔다.
“우리 3박 4일 다녀오자.”
남편의 시술 전, 바람이라도 쐬고 오자며 여행 경비를 보내왔다. 그것도 망설임 없이. 형제라도 쉽지 않은 결정을, 그는 조용히 해냈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임을 알기에 그 마음이 더 크게 다가왔다.
텃밭에서 기른 채소를 “와서 가져가라”며 통째로 내어주던 사람. 힘들다는 말을 하지 않아도 먼저 알아채던 사람. 물질이 아니라 마음으로 사는 사람.
관계는 때로 서운함을 남기기도 하지만, 그는 늘 말했다.
“좋은 것만 생각하자. 그래야 오래간다.”
3월, 남편은 세브란스병원에서 시술을 받는다. 무거운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떠나는 이번 여행은 어쩌면 우리에게 주어진 쉼표일 것이다.
바다가 내게 준 인연
피보다 진한 마음을 건네준 사람.
이번 여행은 오래 기억될 것이다.
파도가 밀려왔다가도 다시 돌아가듯, 우리의 시간 또한 그렇게 흘러갈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인연은, 끝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