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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협 Feb 21. 2024

#강화길 작가

안진: 세 번의 봄

인스타에 '좋아요'를 서로 주고받는 것!

'책 읽는 당신 참 잘했어요!'라며

누군가가 다독여 주는 것처럼 삶의 활력이 된다.


최근에 이런 다독임을 하다가

문득 알게 된 작가 강화길,

그 첫 만남을 <안진: 세 번의 봄>(2023)을 통해 가졌다.


세 편의 단편 소설이 연작인 것처럼  

모두 '모녀 관계'를 다루고 있다.


일반적인 어머니의 헌신적인 사랑에

평생을 고마워하는 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강화길 작가는 왜 이런 보통의 생각에

돌을 던져 깨우려 하지?


관계의 회복을 끝내 보이지 않음으로

더 강하게 그것의 필요성을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 책 읽다가 날것 그대로 쓰다  ​  


<깊은 밤들> '나와 비슷한 방식으로 자랐기에, 너 역시 엄마를 용서하지 않기 위해 온갖 핑계를 찾아낼 줄 알았는데... 아이가 먼저 내 손을 잡았다.(p41)' - 엄마로부터 받은 상처가 깊어 여전히 소원한 관계로 지내고 있는 나. 그녀가 엄마가 되었다. 자신의 엄마처럼 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똑같이 되고 있는 나. 그런데 아이의 반응이 자신과 사뭇 다르다. 먼저 손을 내밀고 있다. 선순환 관계로의 시작이길 응원하게 된다.  


<비망> '"같이 여행 갈래?... "나는 엄마가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어". 딸은 1년을 넘기지 못했다. 내년. 딸에게는 없지만, 아마 그녀에게는 있을지도 모르는 내년... (p77-8) - '딸은 1년을 넘기지 못했다'라는 이 부분에서 갑자기 눈물이 쏟아질 뻔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딸이 갑자기 떠난 충격 때문일까? 기억력 최고인 엄마가 조금 전에 읽었던 책 내용도 바로 잃어버릴 정도로 심각한 상태에 빠져간다. 공황장애까지. 거기에서 탈출하려는 마지막 몸부림. 엄마는 딸의 유언을 따라 용기 내어 홀로 해외여행을 시도한다. 마침내 성공! 이게 뭐라고? 보통이 특별함이 되는 상황을 갑자기 맞은 엄마의 멀미를 세밀하게 그려내는 작가의 글이 날카롭다.


<산책> '나는 영애 씨(나의 엄마)에게 산책하러 가자고 하려다가 관뒀다. 그리고 그해 가을, 나는 죽었다.(p88)' - 또... 또... 갑작스러운 죽음을 말한다. <비망>에서는 엄마의 입에서. 여기서는 이미 죽은 나가 화자가 되어 말한다. 이번에는 또 어떻게 풀어갈까? 강화길 작가의 소설이 무겁다는 인친의 이야기처럼 점점 그렇게 느껴진다. 섬뜩할 정도로.


- 헤리의 반려책 이야기



황당하게도 나는 도시락 통을 잃어버렸다. 그 사실을 말하지 않은 건, 엄마가 무슨 말을 할지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잘 보관했어야지." 그래, 그랬을테니까. 아니다. 나는 일부러 말하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엄마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이렇게 말할까 봐. "괜찮아. 다 괜찮아. 별일 아니야."

그랬다. 나는 엄마에게서 그 기회를 박탈하고 싶었다. 엄마가 억울한 나를 벌주길 바랐다. 엄마의 마음에 자기도 모르는 빚이 쌓이기를 바랐다. 그래서 언젠가 내가 엄마를 완전히 떠날 수 있게 되었을 때, 뒤도 돌아보지 않을 수 있기를 바랐다.

미련은 오직 엄마의 몫이기를. 죽는 순간까지 오로지 그녀의 품 안에만 남아 있기를.


- 강화길의 <안진: 세 번의 봄, 깊은 밤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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