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나에게 있어 신앙과 같은 존재다.
내가 아프고 어머니께서 간병을 해주시면서 많은 부분을 어머니께 의지하였고 어머니와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런 시간 속에서 어머니께 끝없는 사랑과 은혜를 받았지만 꼭 모든 시간이 서로에게 좋고 행복하지는 않았다. 어머니와 나는 서로에게 큰 상처를 주기도 하였고 서로의 존재로 인해 각자의 인생이 무너지기도 했다. 누군가의 잘못을 떠나 가족이기에 가장 가깝고도 소중하면서 가장 큰 상처를 주는 존재였다. 나를 위해 자신의 삶을 헌신한 어머니는 나로 인해 자신의 삶을 부정하였고
어머니의 헌신으로 삶을 살 수 있었던 나는 어머니로부터 받은 삶이 보잘것없는 삶이라고도 생각했으니깐.
1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10년만큼 성장한 반면 20년의 세월이 흐른 것 마냥 굳세고 강인했던 어머니는 소녀처럼 내가 지켜줘야 할 존재처럼 느껴진다.
나는 병원에 입원을 하고 내 병원생활과 앞으로의 내 인생에 대해 힘겨워하기조차 벅찼지만 어머니는 내가 입원을 한 순간부터 병원생활뿐만 아니라 가정도 책임지며 생계를 이어나갔다. 어릴 적 보던 어머니는 강인했지만 그때의 어머니를 돌이켜 보면 지금보다 나이만 젊을 뿐 그때나 지금이나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한 한 여자였다.
스스로 일어날 힘조차 없어 침대에서 화장실을 가려면 어머니의 도움이 필요했던 나는 이제 어머니의 건강을 신경 써드리고 어머니가 처리하지 못하는 업무를 대신 봐드릴 수 있을 정도로 컸지만 나는 여전하게도 어머니가 필요하다.
누군가 나를 힘들게 하였을 때 그 이야기를 들어줄 어머니가 필요하고 내가 원하는 목표를 이루었을 때 그 기쁨과 더불어 커가는 나의 모습을 지켜봐 줄 어머니가 내겐 필요하다.
집이 어려워 지면서부터 매일 일을 나가는 어머니는 일이 늦게 끝나 자정이 훌쩍 넘은 시간에 집을 오시고 나는 새벽부터 출근을 하기에 어머니를 보거나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이 없어졌다.
그래서 나는 여기 이 글을 통해 오늘은 내가 출근을 해서 어떤 일들을 하였는지 그 시간 속에서 어떤 경험과 감정들이 일어났는지 어머니께 적어보려 한다.
실질적으로 어머니께 말씀드리는 이야기도 있을 거도 차마 어머니께 말씀드리지 못할 이야기도 있겠지만 이렇게나마 글을 통해 내 심정의 안정을 찾고, 우리 집 상황이 좋아진다면 이 수필 형태의 편지가 어머니께 닿길 바란다.